오늘의 시 한 편 (16).
매일 시 한 편씩 올리다 보면, 금방 한 권의 책을 읽게 되겠지요?
첫 번째 책은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창비-2024)입니다.
여행의 메모
장석남
이 여행은 순전히
나의 발자국을 보려는 것
걷는 길에 따라 달라지는
그 깊이
끌림의 길이
흐릿한 경계선에서 발생하는
어떤 멜로디
나의 걸음이 더 낮아지기 전에
걸어서, 들려오는 소리를
올올이 들어보려는 것
모래와 진흙, 아스팔트, 자갈과 바위
낙엽의 길
거기에서의 어느 하모니
나의 걸음이 다 사그라지기 전에
또렷이 보아야만 하는 공부
저물녘의 긴 그림자 같은 경전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끝없는 소멸을
보려는 것
이번의 간단한
나의 여행은,
* 마음을 붙잡은 문장
들려오는 소리를 올올이 들어보려는 것
(흰 눈이 내렸다. 은박지에 의지하여 거리로 나선 사람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뜨겁게 외치는 소리를 겹겹이 방어를 치고 한사코 귀를 막은 사람, 진실을 눈가리고, 내 편을 들어주는 소리만 가려듣는 천상천하유아독존인 사람. ‘나의 걸음이 다 사그라지기 전에 또렷이 보아야만 하는 공부’ 이 여행은 인생을 말하고 있다. 이 혹독한 겨울이 서둘러 지나고, 봄꽃들 빨리 피어나기를 기도하며 오늘이라는 여행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