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한 편 (25).
매일 시 한 편씩 올리다 보면, 금방 한 권의 책을 읽게 되겠지요?
첫 번째 책은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창비-2024)입니다.
언제나 깍듯이
이기인
새들은 다른 삶과 섞일 수 있어서 날아간다
커피잔 귀를 긁는 방은 혼자의 물과 날짜를 먹는다
언제나 깍듯이 울어주는 벽시계가 또 멈춘다
새소리가 구르는 기슭은 깊숙한 바위로 멈춘다
저녁은 밀가루로 반죽하고 싶은 뒷모습
양초의 불안을 강아지에게도 읽어준다
묘비명은 언제나 깍듯이 초대장을 보낸다
희끗하게 벗어놓은 새소리와 물소리가 겹친다
새들은 바람과 창문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 마음을 붙잡은 문장
묘비명은 언제나 깍듯이 초대장을 보낸다
(한 문장 한 문장 연결되지 않고, 서걱거리는 것 같다. 삶이, 사람이 타인과 섞이기 어려운 실상을 문자와 복잡한 의미로 표현을 한 것일지 짐작해 본다. 구순의 친척분이 돌아가셔서 문상을 다녀왔다. 60년을 함께 산 부인이 “내일부터는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겠구나. 그것이 너무 슬프다”라고 눈물을 보였다. 먼저 간 분은 하얀 국화꽃에 둘러싸여 평소의 인품처럼 인자하게 웃고 계셨다. ‘언제나 깍듯이, 누구나 깍듯이’ 고개와 마음을 숙이는 자리에서 사람이 아닌 것들과 섞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