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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정희성

by 민휴

오늘의 시 한 편 (26).


매일 시 한 편씩 올리다 보면, 금방 한 권의 책을 읽게 되겠지요?

첫 번째 책은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창비-2024)입니다.




연두



정희성


봄도 봄이지만

산홍은 말고

진달래 꽃빛까지만

진달래꽃 진 자리

어린잎 돋듯

거기까지만

아쉽기는 해도

더 짙어지기 전에

사랑도

거기까지만

섭섭기는 해도 나의 봄은

거기까지만



* 마음을 붙잡은 문장


영산홍은 말고 진달래 꽃빛까지만


(철쭉의 한 종류인 영산홍의 붉은 색은 너무 짙어서 별로다. 조선시대에 일본에서 건너 온 것으로 추정된다는 영산홍의 꽃말을 ‘첫사랑’이다. 첫사랑이 그토록 유별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영산홍 보다는 자산홍에 더 마음이 가는 나이가 되었다. 진달래는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산림청이 희귀 멸종위기 식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진달래 꽃말을 ‘사랑의 기쁨’이다. 은은한 ‘진달래 꽃빛’까지만, 딱 거기까지만 멈출 수 있는 것도 용기라고 말한다. 봄마다 용기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도 연둣빛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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