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에 늘봄숲이 있기를

― 윤혜숙 장편 동화 『나의 숲을 지켜 줘』(키다리, 2020)을 읽고

by 민휴

나무 많은 숲과 푸른 강을 사랑하며 자연과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는 윤혜숙 작가는 그냥 재미로 끝나는 동화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가 되는 시사성 있는 주제들로 동화를 써서 어린이들이 실생활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들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동안 다문화 문제, 우리말의 소중함, 장애인을 위해 애쓰는, 보호시설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들로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했다. 이번에 읽은 책은 환경파괴와 자연훼손을 꾸짖는 동화다.




“처음 하늘이 열리던 그때 그대로 남아 있는 곳, 사람들이 망가뜨리기 전 모습 그대로인 늘봄숲, 아리는 몸에 나뭇잎 무늬를 가진 울수를 통해 신비로운 늘봄숲과 동물 친구들을 만납니다. 하지만 이곳을 자연 휴양림으로 개발하려는 세력이 나타나 숲에 있는 울수와 친구들은 위기를 맞이하는데…….” - 표4에서




교실의 죽은 나무에 숨을 불어넣어 살려내는 아이가 있다. 늘 상큼한 솔향기가 나고, 팔뚝에는 나뭇잎 무늬가 새겨져 있어 친구들은 의아해한다. 그 아이는 마을 뒤 달봉산에 사는 울수다. 달봉산은 산신령과 나무 정령이 산다는 소문이 있는 산이다. 울수는 그 산에서 월이 할매와 함께 산다. 울수네 집 뒤편엔 바위 동굴이 있고 그 동굴을 지나면 사람들이 모르는 늘봄숲이 있다.




달봉산에 골프장이 생기면서 월이 할매는 아프기 시작한다. 잔디밭에 농약을 뿌릴 때 더욱 힘들어한다. “사람들은 나무나 산을 위한 일보다 돈벌이가 되는 일에 더 열심”(24P) 이라는 것을 알고 마음 아파한다. 산이 점점 오염되자, 월이 할매는 산에 장마를 일으켜 문제를 해결한다.




울수는 식물만 먹고 고기를 못 먹어서 친구들의 놀림을 받는다. 아리는 울수 편을 들어주며 울수도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다고 말해 울수가 억지로 스테이크를 먹고 학교를 결석한다. 아리는 자기 때문에 결석한 울수를 찾아 달봉산에 찾아갔다가 늘봄숲에서 동물들과 놀고 있는 울수를 발견하고, 아리를 뒤따라온 지호까지 늘봄숲을 알게 된다.




아토피가 심한 지호가 늘봄숲에 다녀온 후 말끔하게 나은 것을 보고 지호 할아버지 김 회장은 자연휴양림을 만들어 돈을 벌 궁리를 한다. 아리 엄마는 공장에서 일한 후유증으로 심장병을 앓는데, 월이 할매가 늘봄숲에서 약초를 구해 달여 먹고 낫는다. 아리 엄마는 주민들이 산을 훼손하는 것을 반대하고 김 회장의 회유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울수는 김 회장과 담임 선생님의 어릴 적 기억에 친구로 남아 있다. 김 회장은 여러 궁리로 사람들을 설득하고, 돈으로 국회의원을 매수하고, 주민들한테도 돈 봉투를 안기며 기어코 산을 개발하려 든다.

급기야 지질탐사대가 들어와 작업을 시작하고, 달봉산이 훼손되어 감에 따라 월이 할매는 더 심하게 아파간다.




울수가 결석하자 담임 선생님과 아리는 울수를 찾아간다. 월이 할매로부터 울수는 늙지 않는 소년으로 700살도 정도 되었다는 말을 듣는다. 늘봄숲이 보존되기를 바라며 돌아오는 길에 지호가 산속에 따라왔다는 것을 안다. 이튿날이 되어도 지호는 돌아오지 못한다.




지호는 산에서 굴러 다리를 다치는데 울수가 늘봄숲에서 치료해 준다. 무사히 구출된 지호를 보며 김 회장은 산을 개발하려는 마음을 접는다. 늘봄숲에서 살던 월이 할매와 울수는 보다 안전한 곳으로 이사한다. 월이 할매와 울수가 건강해지면 다시 늘봄숲으로 돌아올 것을 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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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친구들은 기차놀이를 하듯 발을 맞춰 걸었다. 즐거운 노랫소리가 숲속을 가득 채웠다. 나뭇가지 사이로 들이비친 햇살이 눈부셨다.”(65P)

“발밑으로 깔리는 달빛을 밟고 울수와 아리는 숲으로 난 야트막한 언덕을 넘었다. 별빛, 바람 소리, 풀과 꽃들의 속삭임이 숲속에 가득했다.”(126P)

“늘봄숲에서는 걸으면 걸을수록 다리에 힘이 붙었다. 발에 닿는 흙길은 푹신하고 부드러웠다.”(126P)

“달도 별도 숨을 죽이며 지나갔다.”(129P)

“나무를 아끼면 산신령이 예뻐하고, 물을 아끼면 용왕님이 좋아한대요.”(135P)




위와 같은 아름다운 표현들이 그가 얼마나 숲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인지를 알게 해 주었다. 숲을 묘사한 부분들에서 애정이 느껴졌다. 그 장면들을 떠올리며 행복해졌다. 또한, 어린이들에게도 자연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어른들의 이기적인 마음이 참 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끈질기게 행동하는 모습이 보여서 안타까웠다. 결국은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유산을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동동거리는 사람들의 보고 싶지 않은 부분을 그려서 반성하게 한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깊은 산속에 늘봄숲이 있으면 좋겠다. 생명을 살리는 안전지대가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더군다나 꽃과 나무와 동물과 사람들이 다 같이 행복한 곳이라면 그런 곳에서 사랑하는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웃고 떠들며 살아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비단, 깊은 산속에 있는 늘봄숲만이 아니라 우리가 착하게 살고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살아간다면 그곳이 바로 늘봄숲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런 늘봄숲을 어린이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우리들의 의무라고 작가는 에둘러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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