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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렇게 살면 안 된다

김일환 장편동화 『다리 달린 달리』(언덕너머, 2025)를 읽고

by 민휴


- 철학이 그린 지구 환경 동화


김일환 작가는

충주에서 자랐다. 서울교대 졸업, 교육학박사, 서울 소재 초등 교장, 주 프랑스 교육원장, 서울동부교육지원청 교육장. 한국안데르센상 문학부문 대상을 받으며 등단, 장편동화로 『고려보고의 비밀』, 『홍사』, 『예뻐지고 말테야』, 『다리 달린 달리』. 수필집 『파킨슨 아내와 르쀠길 산책하기』 그 외 단편 동화 다수 발표함. - 작가 소개에서



김일환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숨 막히는 지구”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자연이 곧 자신이라는 사실이 민지 가슴에 물 스미듯 채워갑니다.”

“지구 생명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푸른 별 지구에게 다시 숨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어린이도 어른도 지금 살아가는 방식을 조금씩 고쳐나간다면 지구 생명 모두가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지구환경이 급격한 변화로 인해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인간이 주목받고 있다. ‘인간의 탐욕’이 무분별한 개발과 소비 등이 지구환경을 오염시키고 자원을 고갈시키고 있다. 달리는 말한다. "우주에서 푸른 색 별은 지구 하나 밖에 없어. 바다가 있기 때문이야. 그런 바다가 오염되고 말았어"라고 말한다. 환경의 변화는 바다의 생물들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 이 동화책은 바다에서 살아가는 돌고래를 등장시켜 삶을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더불어 살아갈 방법들을 알려 준다.


김일환 작가가 큰 사명감으로 구축한 세계로 들어가 보자.



1. 햇빛 저장 상자

고래섬에 사는 민지는 섬이라서 전기가 부족해서 불편함을 느낀다. 거북바위에서 햇빛 저장 상자 실험을 하던 중 말도 하고, 다리도 달린 돌고래를 만난다. 돌고래로부터 사람들에 의해 바다가 위험해졌다는 말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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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거울을 빼먹다니!

민지는 다시 실험을 위해 바다로 간다. 돌고래 달리는 해초 옷을 입고 나타난다.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버리는 옷이 많은 자원을 소비하고 동물 친구들을 병들게 한다는 것을 달리가 알려 준다. 햇빛 저장 장치에 거울을 설치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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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엄마 코가 실룩거려서

민지는 돌고래가 알려 준 대로 실험 상자에 붙을 거울이 필요하다. 아빠한테 부탁했지만, 아빠가 망설인다. 엄마가 코를 실룩거려 가며 강하게 부탁해서 허락은 받지만, 7월 말 태풍이 몰아쳐 실험하지 못한다.



4. 황금알의 주인

8월 1일. 민지는 실험을 위해 밤바다로 나갔다가 위험에 처한 달리에게 물을 날라다 주고, 달리 친구들을 불러 달리를 살려 준다. 달리는 민지에게 친구 하자고 말한다.

“마음이 한 군데 머무르지 않는 게 중요해. 한 군데 머문다는 것은 한 군데 매달리는 것을 의미하지. 그건 욕심이야. 마음의 평화가 깨져.”(p23)

달리는 자연을 빼놓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묻는다. 민지는 황금알을 미리 빼먹는 사람들에 대한 돌고래의 말을 듣고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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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뿌리 없는 사람들

민지가 고래섬을 떠나 고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달리는 민지를 등에 태워 제 고향으로 데려간다. “도시에 사는 사람은 소비를 많이 할수록 행복하다고 배워. 소비가 늘수록 자연이 파괴되고, 욕심은 늘어난다는 것을 가르치지 않아.”(p32)



6. 헤엄치는 자유

고래섬에 돌고래 연구원들이 들어온다. 달리를 잡아서 치료해야 한다고 말한다. 연구원들은 달리를 잡겠다고 고래섬을 빙 둘러 그물을 친다. 민지는 달리가 백토 연못에서 치유될 수 있도록 바닷물을 연못에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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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어긋난 선택

민지가 학교에 간 날, 달리가 백토 연못에서 잡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연구원들은 달리가 사람과 의사소통이 된다는 이유와 뇌 연구를 끝내고 풀어준다고 말한다. 연못에서 달리가 죽어가자, 그물을 걷어서 가두리를 만든다.



8. 바다 철창

달리는 가두리에 갇혔다. 민지는 달리에게 먹이를 주겠다고 나선다. 도망쳐야 한다고 알려 준다. 달리는 “사람들은 선을 소중히 여기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선을 파괴하고, 악을 없애야 한다면서 실제로는 악을 저지른다.”라고 말한다.



9. 태풍에도 씨가 있어

연구원들은 달리를 연구소의 수족관으로 옮겨 연구해서 노벨상을 받겠다고 들떠 있다. 민지도 함께 연구에 참여하면 돈을 주겠다고 한다. 달리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감시 인부가 두 명 더 늘어난다. 소장은 치밀하게 달리가 탈출하지 못하도록 한다. 달 리가 지능이 높고 말도 한다는 걸 매우 흥미 있어한다.



10. 도미노 작전

달 리가 도망치다 그물에 걸렸다. 몽돌 해변에 달 리가 누워서 못 움직인다. 바다 물속에 넣어야 하는데, 그물이 망가져서 고치기 전에는 달리를 바다에 넣을 수 없다고 큰소리친다. 민지는 꾀를 내어 달리를 백토 연못에 데려가야 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거북바위를 지날 때, 쉬어 가자고 한다. 달리는 힘을 내서 거북바위 끝에 선다. 소장과 인부들의 만류에 엄마 아빠와 힘을 합쳐 달리를 바다로 탈출시킨다. 달리는 민지를 등에 태워 바다에서 공중제비를 돌며 놀아준다.



11. 주사위 열 개의 합

달리와의 이별을 생각하며 민지는 눈물을 흘린다. 달리는 민지에게 조상들이 만들었던 햇빛 저장 장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만드는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탄소 배출 때문에 지구 전체를 데웠고, 많은 생물이 죽었다는 것을. 민지는 스스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만들겠다고 말한다. 쓰레기도 줄이고, 어슬렁거리는 일도 해보겠다고 한다. “지구의 모든 생명은 귀중한 인연으로 만나고 있다”라는 걸 알게 된다. 달리는 친구들을 모아 이별 춤을 추고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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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했던 행동들을 11살 민지와 우정을 나누며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지구 생명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자는 거대 담론을 담고 있다.



‘철학이 그린 지구 환경 동화’라는 부제가 있는 동화책이기 때문에 각 장마다 철학적 질문과 대답을 함께 한다. 재미와 감동을 넘어 성찰까지 함께 한 깊이 있는 사색적 동화책이다.



고래섬, 백토 연못, 거북 바위, 몽돌 해변 등 김일환 작가가 구축한 세계가 그림과 함께 펼쳐지며 상상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 돌고래와 사랑이 많은 아이의 우정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와 돌고래와의 믿음을 바탕으로 한 소통과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관계, 귀하고 소중한 인연에 관한 이야기들에 깊이 몰입해서 읽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된다. 이토록 보배로운 지구를,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을 모르는 체하거나 나만 잘살면 된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한 권의 동화책이 이렇게 묵직하고 큰 의미와 질문을 남겨 주고 있어서 감동적이다. 앞으로 더욱 환경과 지구 생명들에 관심을 두고 다 함께 어울려 살아갈 방법을 실천하며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다.



철학 강의를 듣는 듯한 큰 이야기로 감동을 주신 김일환 작가님께서도 늘 행복하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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