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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당근과 같은 중고거래앱이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운영방식이 꽤 신선했던 리커머스앱이 등장했다.
바로 "차란"이라는 리커머스 서비스로 올해 2월에 베타 서비스를 론칭하고, 투자를 받아 8월에 정식 서비스를 런칭했다. https://mirakle.mk.co.kr/view.php?year=2023&no=622720
SPA브랜드의 옷이나 인터넷 쇼핑몰의 옷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앱은 크림보다는 당근과 비교해서 보면 좋을 것 같다. 과연 "차란"이라는 서비스는 어떤 부분을 차별점으로 가져가고 있는지 분석해보자. 이번 글은 신규 서비스이다보니 사업적인 관점에서도 고려해서 살펴보았다.
차란은 "중고 패션, 거래가 아닌 쇼핑의 시작"이라는 문구로 브랜딩을 하고 있다. 당근은 모든 상품을 개인이 업로드할 수 있는 반면에 차란에서는 의류 상품에 한해서만 플랫폼의 검수를 거친 후에 판매할 수 있다. 중고 의류 상품이지만 다시 깨끗하게 누군가에게는 입혀지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플랫폼을 중간에 둠으로써 판매자는 더욱 간단히 옷을 판매할 수 있고, 구매자는 상품의 품질을 믿고 구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차란은 리'커머스' 서비스다. 즉, 수거한 상품을 판매하면서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당근이 중고거래에서 수익을 얻을 수 없는 구조로 시작했다는 점과 비교했을때, 초기에 비즈니스 모델을 잘 수립해서 시작했다고 보여진다.
참고로 판매자에게 부과되는 수수료는 최대 80%로 굉장히 높은 편이었다. 수거하는 과정에서 판매자에게 부과되는 비용이 없다는 점에서는 수수료를 통해 비용을 메꾸는 것만 해도 벅찰 것 같지만 높다고 생각되는 수준이었다.
차란에서는 판매자에게는 수거와 판매 방식의 간편함을 어필하고 있다.
1. "차란"앱의 옷장정리 탭에서 옷장정리를 신청한다. (버튼)
2. 안내사항을 읽고 신청을 완료한다.
3. 내 주소로 "차란백"(큰 비닐 봉투)을 보내준다.
4. 내가 판매하고 싶은 옷을 봉투에 담고 테이프로 포장한다.
5. "차란"앱에서 수거를 신청한다 (버튼)
6. 택배사에서 수거를 해간다. 상품을 반품하는 형식으로 수거가 이루어진다.
7. 수거한 옷을 검수하고, 이상이 없는 경우 사진 촬영을 하는 단계를 거친다.
8. 사진 촬영 후 판매할 가격을 설정하여 판매할 수 있다.
실제로 이용해본 결과, 판매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버튼 몇번 누르고, 옷을 봉투에 넣어 보내기만 하면 되는 시스템이라 간편하다고 느꼈다. "차란"을 통해서 판매자는 타플랫폼 대비 아래와 같은 편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 판매를 하기 위해 구매자와 약속을 잡거나 택배를 보내러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
(2) 판매를 위해 옷을 세탁 맡기지 않아도 된다는 점
(3)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사진 촬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4) 가격을 책정하는데 가이드라인이 정해진다는 점
(5) 구매하려고 하는 사람과 직접 연락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각 단계마다 앱/카톡을 통해 알림도 오기 때문에 단계 별로 빠르게 확인하여 다음 단계를 진행할 수 있다.
차란의 GNB는 심플하다. 홈, 카테고리, 옷장정리, 마이차란으로 구성되어 있다.
옷장정리 화면은 위에서 살펴보았기 때문에 생략하고자 한다.
홈 화면에서는 시즌성이 있는 테마, 카테고리를 추천하거나 인지도 있는 (혹은 고가) 브랜드들 위주로 브랜드를 노출하고 있었다. 또한 리커머스 서비스이기 때문에 상품의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TAG"까지 있는 상품을 추천하는 영역도 구성되어 있었다.
카테고리 별로, 브랜드 별로, 가격대 별로 구분하여 상품을 탐색할 수 있다. 차란은 속옷, 비키니, 신발 등은 수거하지 않고 있고, 여성 상품만 취급하기 때문에 비교적 카테고리가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차란의 필터에서 재미있었던 부분은 '상품 컨디션'이 존재한다는 점과 '내 사이즈'라는 필터가 전면에 노출된다는 점이었다. 중고 의류 상품의 경우 상품의 컨디션이 각 상품마다도 다를 것이고, 여러 사이즈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두 필터를 사용자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당근과 비슷하다가 느낀 부분이 상품목록에 '예약중'이라는 뱃지가 노출된다는 점이었다. 이는 구매자가 상품을 장바구니에 넣어두게 되면 4시간동안 예약중으로 설정된다고 한다. 수량이 1개만 있는 상품이기에 이러한 기능들이 더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품상세 화면은 일반 커머스의 상품상세와는 다른 피쳐들이 많이 눈에 보였다.
① 가격
우선 전면에는 판매가가 노출되지만 원래 이 상품의 정가도 노출된다. 얼마나 할인되어 판매되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② 판매 상태 (구매 예약)
이 상품을 다른 사람이 장바구니에 담게 되면 "다른 쇼퍼가 예약 중"이라는 상태로 변경이 되고, 썸네일에도 예약 해제까지 남은 시간을 노출해준다. 디테일하게 시간까지 노출된다는 점에서 사용자들에게 유용한 피처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상품의 수량이 하나이기 때문에 상품이 중복 주문되지 않게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고, 그것을 해결해주는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③상품 컨디션
차란에서 직접 검수한 뒤 상품의 컨디션을 노출한다. 상품컨디션은 'New with Tag', 'Almost New', 'Good', 'Used'로 구분되고 있었다. 상품 컨디션 별로 상품 판매율, 구매전환율을 살펴보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④판매자 정보 & 사이즈
판매자의 키와 몸무게를 노출하고, 판매자의 코멘트가 노출된다. 키와 몸무게를 노출하는 부분은 일반 커머스에서 상품 후기의 모습을 닮아있었고, 판매자의 코멘트에서는 당근에서의 중고거래와 닮아 있다고 느꼈다. 사실상 리커머스는 상품에 대한 후기를 쌓을 수 없고 (판매되는 상품은 단 하나일 것이기 때문에! 같은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판매자에 따라 사용감이 매우 다를 것이다.), 후기를 통해 상품을 구매할 확률을 높이는 일반 이커머스의 전략은 차란에서는 행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판매자의 정보를 후기처럼 활용하는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하단에 실측 사이즈 정보도 나온다. (차란에서 직접 실측하는 듯 하다)
마이차란에서는 크게 4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① 내 계정 정보
내 정보에 대한 변경을 할 수 있고, 내 사이즈 정보도 이 영역에서 관리할 수 있다. 이 내용이 상품 판매 시 상품상세에 노출된다.
② 내 크레딧
내가 판매한 상품으로 얻은 수익(=크레딧)을 볼 수 있는 영역이 눈에 띄게 노출되고 있으며, 현금으로 전환 신청도 가능하다.
③ 내 쇼핑
내가 구매한 내역들을 확인할 수 있다.
④ 내 기부/회수 내역
판매 신청은 했지만 판매 불가 혹은 판매 기간이 지난 상품은 기부되거나 회수된다. 그 내역들을 살펴볼 수 있다.
직접 앱을 사용해보고 느낀 부분 중 좋았던 점은 아래와 같다.
① 판매하는 과정이 편리하다.
② 상품 컨디션을 제 3자가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신뢰가 간다.
앱을 사용하면서 사용자 입장에서, 그리고 PM으로서 앱을 분석해 본 입장에서는 아래와 같다.
① 판매자 경험 개선
판매 신청한 옷 중 하나가 반려를 당했다. (사실 한번도 안 입은 옷이라 판매 신청한 옷 중에서 가장 깨끗하다고 생각한 옷이었다) 반려 사유를 오염으로 기재해주었는데, 이미지도 확대가 안되는 상황이라 무엇을 오염으로 판단했을지 납득이 잘 안 되었다. 반려 사유를 자세히 기재하는 방향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판매 프로세스가 조금은 더 빨리 진행되면 좋을 것 같다. (추석연휴가 포함되어 있긴 했지만 옷장수거 버튼을 누른 것부터 해서 약 5주 정도 소요됐다.)
② 판매 수수료
상품을 판매하려고 가격을 책정할 때, 내가 얻게 될 크레딧이 함께 노출된다. 18,000원 정도에 판매하면 6,000원정도의 수익을 얻는 수준이었다. (이 때, 이럴거면 그냥 내가 조금 귀찮더라도 당근에 팔걸 하는 생각을 살짝 했다.) 판매자가 기부할 목적으로 차란에 보냈다면, 그것보단 '소소하게 혜택을 얻었다' 라고 생각할 것 같지만, 판매가 목적이었다면 정산 금액이 작다고 느껴질 것 같다.
판매자에게 금액적으로는 매력적이지 못한 부분이라 판매될 상품을 늘리고 싶다면 (서비스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상품의 수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판매 수수료를 점점 낮춰가야할 것 같다.
③ 상품 탐색 (검색)
검색 기능이 매우 약하다. 색상으로도 검색할 수 없었고, 카테고리도 차란에서 등록한 일부 카테고리에 대해서만 검색이 가능했다.
검색 뿐만 아니라 상품을 탐색하는 구조에서는 원하는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다. (아직 상품의 수가 많이 없어서 기능 개선을 후순위로 생각했을 것 같다.)
④ 홈 화면에도 옷장정리
마지막은 홈 화면에도 옷장정리를 소개하거나 옷장정리로 이동할 수 있는 화면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이 비즈니스를 지속하려면 꾸준한 공급이 우선 시 되어야 할 것이다. 옷장정리에 대한 내용을 곳곳에 노출하여 사용자들에게 '나도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할 것이다.
가장 핵심적인 고민은 이것 같다. 리커머스는 인기 있는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공급을 원하는 만큼 할 수 없다. 일반 상품이라면 더 생산해서 판매할 수 있겠지만, 이 서비스는 상품을 가진 판매자가 나타나야 하고, 상품의 품질은 많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 성장의 한계도 이런 부분에서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차란에서는 상품의 공급이 잘 될 수 있는 전략을 꾸준히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앱 분석을 해보면서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드가 한 앱에서 관리되는 것이 독특하고 흥미로웠다.
신규 앱이지만 비교적 완성도 있는 앱이라고 느껴졌다. 리커머스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간간히 듣곤 하는데, 그런 물결을 타서 차란이라는 앱도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