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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vator Mar 25. 2023

R&R의 딜레마

회색지대는 누구의 것일까?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업무요청이 들어오곤 한다. 

"어디까지가 내가 할 일이고, 어디까지가 네가 할 일이냐..." 

경계선 없이 툭툭 던져지는 일들을 보면 정말 눈치싸움을 하는 것처럼 남의일 처럼 미루는 것들이 눈에 훤히 보이게 마련이다.


심지어 어디에서 일을 산더미 같이 받아오는 팀장이 있으면, 팀원들은 

"무능하다... 제대로 방어도 못해서 아주 일을 다 들고 오셨구나..."

반대로 쌈닭처럼 으르렁 거리면서 방어적인 자세로 업무를 모두 돌려보낸 팀장은 팀원들에게 환대를 받는 경우도 있다. 

"우리 팀장은 쓸데없는 일을 받아오지 않는다."


조직 안에서는 목소리 크고 오래 다닌 사람. 아니면 직급이 깡패라고 찍어 눌러 일을 방어하는 사람들이 

이것저것 명분을 앞세워 그것은 우리의 일이 아니다.라고 이야기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리고 항상 R&R이라는 이야기를 강조하며 업무 범위에 대해 명확하게 벽을 치며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물론 R&R이 명확하게 나눠진 체계적인 조직에서는 중간에 있는 회색지대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명확하게 영역이 나뉘어서 업무가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맞는 일인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결국 애매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러기에 업무 협조나 요청이 자주 이뤄지기 마련이다.

때론 그냥 상사가 생각하기에 먼저 떠오른 팀이 그냥 그 일을 맡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R&R을 앞세워 이야기하는 사람을 방어적인 사람이라고만 논하기는 어렵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의 업무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 일에 적합한 사람으로 선택을 받고 입사를 하였기에, 전혀 무관한 일을 부여받거나 연관성이 다른 쪽에 더 높다는 것이 명확함에도 자신이 일을 맡게 되는 상황이라면 이는 방어적이라기보다는 정확한 정리를 위해 올바른 의견개진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상황에서 항상 겪었던 일을 생각해 보면 두 가지 태도로 구분되는 듯하다.


첫 번째는 누구인가?라는 관점이다.

이쪽 부서에서 이제 것 해왔던 일이에요. 
예전 퇴사한 담당자가 진행했던 일입니다.
전 분명 그때 그렇게 이야기했고, 이후부터는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얼굴을 붉히면서까지 목소리를 높이며 사무실에서 감정다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의 일을 기반으로 판단하고, 마지막에 누가 이일을 했느냐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자 한다.

만약 마지막에 업무를 처리한 부서의 일이 맞다면 이 업무가 진행되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업무의 주인이 아닌 것임에도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마지막에 업무를 처리한 부서에게로만 업무처리의 책임을 묻는다면, 결국 이 업무는 중요한 일이 되지 못할 것이다.

누가 했느냐? 이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업무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부서는 무엇일까?를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두 번째는 타협이다. 

적당한 타협으로 이번 순간을 넘기면 된다는 것이다.

매번 비슷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수면 위로 떠오르는 문제들, 연례행사처럼 그때만 넘기면 되니까 그냥 이번에도 그렇게 넘어가자는 생각이다.

 

우리가 이번에는 처리하는 거로 하자.
이번까지만 좀 처리하고 다음번에는 연관부서랑 좀 같이 상의해 보도록 하자.
못하면 시키겠어? 잘하니까 더 해보라는 거지. 


이번에는 넘어갔지만 다음이 또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런 반복은 체념할 수밖에 없는 상태로 마음상태를 만들어버린다.

결국 이젠 이 업무가 더 잘 수행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그냥 빨리해서 넘기자라는 상태가 되어, 중요하지 않은 업무가 되어버리고 만다.


협조적이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일의 영역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여 서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서로 나눠서 잘 해결해 보자는 것이다.

우리는 회사에 '일'을 하기 위해 모였다.
하지만 온전히 '일'에 집중하여 일하기가 어려워지는 듯하다. 
일을 처리하기 위해 인간관계부터 시작하여
너무나도 많은 것을 생각하면서 일을 하게 되기 마련이다.


온전히 일의 진행을 위해 서로가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조직이 커지면서 우리는 r&r에 갇혀 각자의 영역에서만 일을 바라보게 될 수 있다. 함께 일하는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보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일이 진행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함께 생각하고, 서로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서로를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일을 짊어지고 오는 무능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기껍게 도와줄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 마음가짐으로 서로를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쓸데없는 일.

글쎄.... 쓸데없는 일이란 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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