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출수록 드러나는 의도

Part1. '의도' 모든 말의 출발점

by Motivator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겪었던 경험일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도 서로의 속마음을 확인하고 싶어서 일부러 연락을 끊어보기도 한다.

“내가 연락하지 않으면 저 사람이 먼저 연락할까?”
“혹시 나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것을 ‘밀당’이라고 부른다. 연애는 밀당을 잘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곰곰이 들여다보면 이건 결국 내 의도를 숨긴 채 상대가 그것을 읽어내기를 기대하는 행동이다. 잠깐은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는 방법처럼 보일지 몰라도 결국은 상대방과의 관계를 불안하게 만든다.


신기하게도 우리가 일하고 있는 직장 안에서도 이와 똑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의도는 언제나 존재한다

“나는 아무런 의도 없었어.” 우리가 자주 쓰는 말이지만 사실 의도가 없는 말은 없다.(앞편을 참고)

현상학의 아버지 후설은 모든 의식을 “무언가를 향한 의도성(intentionality)”으로 정의했다. 인간의 사고와 언어는 항상 어떤 대상과 목적을 향한다. 즉, 말을 선택하는 순간 이미 방향과 목적이 들어 있다는 이야기다.


언어철학자 존 오스틴은 “말하는 것은 곧 행동하는 것이다(Saying is doing)”라고 했다. 대화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상대에게 영향을 미치는 행위다. 말을 감추려 하면 할수록 듣는 사람은 그 속뜻을 해석해야만 한다. 특히나 우리나라와 같이 고맥락 속 대화에서는 해석해야 할 부분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잘못 오해할 수 있는 일들이 발생하게 될 확률이 높다.



의도를 숨기는 이유

사람들이 의도를 숨기는 이유는 다양하다. 특히나 조직의 리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이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 조직에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을 확률이 크다.


1. 상대방과의 갈등을 피하고 싶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방향이 분명히 있음에도 직접 말을 하면 갈등이 생길까 봐 애매하게 이야기하곤 한다.

"좀 더 고민해 보자"

리더가 자신의 의도를 숨기고 돌려 말하는 경우 순간의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하는 '방어 전략'일 수 있겠지만 듣는 사람은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하며 더 혼란스러워할 가능성이 높다.

" 매번 이런 식으로 말을 하니 같이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정말 돌아 버릴 것 같아"

갈등을 피하려는 숨김이 오히려 갈등의 씨앗이 되는 것이다.


2.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서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내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어쩌면 책임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있기에 모호하게 말할지도 모른다.

" 한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네...."
" 이거 이렇게 하면 결과 나올 수 있는 건가요? 확실하죠? "

일이 잘되면 "내가 시킨 것이 되고, 일이 잘못되면 " 나는 그냥 의견을 전달한 거지"라고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숨김은 책임 회피를 위한 전략이지만 구성원의 입장에서는 신뢰를 잃게 만드는 강력한 요인이 된다.


3.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의도를 숨긴다는 것, 어떻게 보면 좀 모순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실제 이런 일들은 조직 안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다. 명확하게 지시하지 않고 일부러 모호하게 말을 하는 경우이다.

"내가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네가 알아서 움직여야지~"라는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이다.

결국 내 권위는 말하지 않아도 전달돼야 한다는 태도이다.

"이 정도는 알아서 해야 하지 않나?"

실제 업무 지시보다 자신의 위치와 권력을 드러내는 효과를 노리고 의도적으로 이렇게 말을 하는 경우이다.


리더가 의도를 숨긴 채 상대가 스스로 추측하게 만들면 팀원들은 끊임없이 리더의 눈치를 보게 된다. 정보는 당연히 전달되어야 하는 것이 맞는데 그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듣기 위해 귀 기울이고 리더에게 더 다가가려고 한다.

리더 입장에서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나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착각이 생기게 되고 결과적으로 권위를 강화한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리더들은 " 내 속마음을 쉽게 읽히지 말아야 권위가 유지된다"라고 생각한다. 의도를 드러내면 친근감이 생기고 친근감은 권위를 약화시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감추고 애매하게 말하고 침묵을 선택하면서 상대가 추측 속에 머물게 함으로써 위압감을 준다.


이것은 자신의 자리와 권력을 통해 리더십을 만들어 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며 건강한 권위가 아니라 공포와 불안 위의 권위에 불과하다.


4. 배려처럼 보이고 싶거나, 스스로 깨닫게 하고 싶다는 이유

갈등을 피하고 싶어서 의도를 숨기는 이유와 유사하지만 조금 다른 의도가 담겨 있다.

"내가 직접 말을 해주는 것보다 네가 직접 깨닫는 게 더 좋아."

하지만 이것은 명분상 스스로 생각해서 행동을 개선하길 바라는 주도적인 부분을 요구하는 것 같지만 진짜 배려라기보다는 사실 명확하게 말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해석의 부담을 상대에게 떠넘기는 것일 수 있다. 실제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혼자 고민하다가 더 지치고 불안해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배려처럼 보이는 숨김이 오히려 상대의 자율성을 빼앗고 신뢰를 해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의도를 숨기는 이유는 실제 모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이다. 그러나 이 방어는 결국 상대에게 혼란과 불신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본질은 같다. 결국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대를 움직이고자 하는 바람이 의도 속에 들어 있다.
문제는 숨긴다고 해서 그 의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감추려는 순간, 더 크게 드러난다

조직 안에서는 이 문제가 더 심각하다.

“참고만 해”라는 말은 종종 “이대로 하라”는 뜻으로 읽힌다. 모호한 말은 불필요한 해석을 낳고 해석이 늘어날수록 신뢰는 줄어든다.


Grice의 협력 원리에 따르면, 화자가 의도를 숨기면 청자는 함축적 의미를 추론해야 한다. 결국 감추려는 순간, 오히려 더 크게 드러나는 것이 의도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Erving Goffman, 1922~1982)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말을 포장하고 연출한다고 했지만, 무대 뒤의 속내는 결국 드러난다고 했다. 숨김은 투명함보다 더 강하게 읽힌다.


최악은 ‘내 마음을 맞춰봐’

더 나쁜 경우는 리더가 의도를 감춘 채, 상대가 그것을 읽어내는지 시험하는 것이다.

“뭔가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것 같아 보이네요.”
“음... 그래 거의 다 된 것 같은데 뭔가 조금 부족한 것 같아 보이네”

" 요즘 조금 아쉬운 점들이 많아요~~"

연애의 밀당이 관계를 불안하게 만들듯, 이런 태도는 조직을 병들게 한다. 구성원은 늘 긴장하며 “제대로 읽어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결국 방어기제가 강화되고 신뢰는 완전히 무너진다.

의도를 감추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의도를 시험 삼아 상대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의도를 드러낼 때 단순해진다

의도를 숨기면 숨길수록 부담은 모두 상대방에게 가중된다. 브레네 브라운(Brené Brown, 1965~ )은 “신뢰는 작은 순간들의 누적”이라고 말했다. 그 작은 순간들이란 곧, 의도를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순간들이다.

“나는 이것을 원한다.”
“지금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이거다.”

이렇게 투명하게 말하는 순간, 대화는 단순해지고 신뢰의 기반이 생긴다.


신뢰로 가는 길목에서

감추는 순간 결국 의도는 더 드러나게 되어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조직이 불필요한 해석과 방어로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한다는 점이다. 연애에서의 밀당이 결국 불안만 남기는 것처럼, 조직 안에서의 의도 숨기기와 의도를 맞춰보도록 하는 테스트 역시 신뢰를 무너뜨린다.

반대로 의도를 명확히 드러내는 순간 관계는 단순해지고 신뢰의 기반이 마련되기 시작한다.


감추는 순간 드러나고, 드러내는 순간 단순해진다.

이제 다음 글에서는 투명하게 드러낸 의도가 어떻게 신뢰를 만들어내고, 그 신뢰가 어떻게 조직을 움직이는 토대가 되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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