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가장 행복하게 한 소비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캠프 6일 차

by 해리안

4년 전에 구입한 카라반은 내 인생 최대의 사치스러운 소비였지만, 우리 가족을 가장 행복하게 한 소비이기도 했다. 캠핑을 시작한 것은 10년도 더 되었지만, 아이 둘과 함께 다니는 캠핑은 늘 짐이 많았고, 온전히 쉬기에는 너무도 할 일이 많았다. 마침 코로나가 창궐하여 해외여행도 다니기 어려웠던 2020년에 우리 가족은 카라반을 구매하기로 하였다. 처음엔 조그만 트레일러 정도를 생각했었는데, 이런저런 경우의 수를 모두 고려하다 보니, 전문 트레일러 면허가 필요한 사이즈의 카라반을 구매하게 되었다. 카라반 면허를 취득하고, 카라반을 끌어야 하는 견인차도 구매를 하고, 카라반 구매 후에는 카라반 내부용 자재 구매까지.. 꽤나 많은 시간과 돈을 소비했다. 당시에 우리 가족이 돈이 넉넉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무슨 용기로 그런 결정을 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 후로 4년 동안 카라반 여행을 50번 넘게 다녔다. 처음에 계획한 것처럼 한반도 팔도 여행을 하지는 못했지만, 우리 가족만의 아지트를 찾아내었고, 카라반은 서울 생활에 지칠 때면 가끔씩 찾아갈 수 있는 훌륭한 안식처가 되어 주었다. 대부분의 여행에서 우리 네 가족은 함께 하였고, 카라반에서 정말 많은 이야기가 추억으로 쌓였다. 봄에는 봄꽃 구경을 갔고, 여름에는 계곡에서 물놀이를 했고, 가을에는 단풍 구경을, 겨울에는 눈썰매를 타러 갔다. 서울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숙제 타령만 하였지만, 카라반에서는 다른 언어를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았다. 평소에는 서로 생활이 바빠 대화를 거의 못하는 와이프와도 카라반 앞에 앉아 모닥불 피워 놓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장작 소리 들으며 맑은 새벽하늘에서 은하수를 찾았던 시간은 늘 좋은 기억으로 되새겨진다. 가끔은 부모님이나 친구들을 초대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제는 연식이 오래되어 더는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카라반과 함께한 4년은 단연 현명한 소비였고 행복한 소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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