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에서 가장 멋있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인터뷰 캠프 5일 차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작년 여름쯤이었다. 달리기는 장비나 기술이 딱히 필요하지 않다. 다른 사람들과 시간이나 장소를 맞출 필요도 없다. 오로지 내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숨이 헐떡일 때까지 뛰면서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 나면, 안에 쌓아두었던 스트레스도 같이 태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 목표는 10km. 하지만 첫날 내가 낸 기록은 1.5km였다. 숨이 너무 찼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매일 조금씩 더 달리려 노력했다. 그 해 가을에 미국 출장을 1주일간 갔었는데, 같이 간 선배와 매일 아침마다 공원을 뛰었다. 그분에게 주법이나 호흡법을 배웠고, 나도 5km를 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5km를 달리고 나니 10km를 달릴 수 있게 되었고 10km를 달리고 나니 15km를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달리기에 재미가 들리니 아침, 저녁,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짬이 나면 한강에 나가 뛰기 시작했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이런저런 생각 정리를 하면서 뛰기도 하고, 반대로 아무 생각 없이 뛰기만 할 때도 있었다. 목표한 거리의 달리기를 마치면 내게 주는 작은 보상으로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올해 가을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였다. 완주를 하고 싶어 사전에 여러 번 시도해 보았지만 20km는 쉽지 않았다. 내 체력에 무리임을 알고 있었지만, 올해 목표 중 하나였기 때문에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정 아프면 걸어서라도 들어오자는 심정으로 출전하였다. 경포대 푸른 바다를 보면서 5km, 10km, 15km를 달렸다. 다행히도 무릎이 잘 버텨 주었지만, 마지막 3km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너무도 무거웠다. 그래도 결국 2시간 11분 기록으로 21km를 완주하였다. 결승선을 통과하고 메달을 수령하는데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성취감, 연습하면 못할 것이 없구나라는 자신감. 올해 얻은 소중한 경험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