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요?
인터뷰 캠프 4일 차
교수님은 나에게 오랜 기간 동안 애증의 대상이었다. 감사하고 존경하지만, 원망스럽고 미운 존재였다. 하지만 내 40여 년의 인생에서 가장 영향을 미친 사람을 선택하라면 단연 이 분일 수밖에 없다.
대학교 4학년 때 박막 공학 수업으로 시작된 인연은, 대학원 지도교수로 이어졌다. 교수님은 연구 분야에서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오라 하셨다. 대신 집요하게 질문하는 것을 좋아하셨다. 한 달에 한번 정도 세미나 발표를 하였는데, 준비가 부족하면 엄청나게 혼을 내셨다. 그곳에서 깨지지 않기 위하여 온갖 논문을 뒤져보고, 실험을 한 것 같다. 그렇게 5년을 지내면서 전에는 없던 사고체계가 생겨났다. 일 년에 여러 번 테마가 바뀌는 학생들도 많았는데, 난 운이 좋게도 5년간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 연구하였고, 교수님께 인정받는 학생에 속했다.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분께 받는 인정과 칭찬은 큰 자양분이 되었다. 그전까지 왜소하고 소극적이었던 성격을 깨고, 자기 확신을 많이 가지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너무 큰 자신감이 독이 되어, 회사에 입사한 후 몇 년간은 오만한 태도를 가진 것은 문제였지만, 지금까지도 내가 현업에서 프로젝트를 이끌며 일을 할 수 있는 배경에는 교수님의 가르침이 큰 영향을 미쳤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존경만 가득한 관계였으면 좋았겠지만, 대학원 3년 차에 연구비 회계 부정 비리와 논문 표절 비리에 대한 내부 고발이 있었고, 교수님은 추락하였다. 후배들은 다른 연구실로 옮겨갔지만, 나처럼 졸업이 1년 남짓 남은 선배들은 교수님과 함께 하였고, 결국 우리도 같이 추락해 버렸다. 졸업 후에도 지도 교수이름을 떳떳하게 말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비참하고 슬펐다. 가끔은 그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다르게 흘러갔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조금은 더 많은 기회를 얻었을 텐데. 조금은 더 자신 있는 시작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의미에서도 그분은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주신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