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여행은 언제였나요?

인터뷰 캠프 15일 차

by 해리안

2006년도 여름. 어렵게 짬을 내어 2주간 미국으로 여행을 갔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회사 입사를 앞두고 있던 시기라 좀 길게 쉴 법도 했는데, 그때는 왜 그리 조급했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와이프인 당시 여자친구가 28세에 회사에 사직서를 던지고 LA로 어학연수를 가 있었다. 롱디가 적성에 잘 안 맞던 우리는 그동안 많이 싸웠었고, 미국에서의 짧은 재회가 어색할까 걱정이었다. 공항에 마중 나온 그녀는 너무도 까맣게 그을렸고, 통통해져 있어서 낯설었다.


어색했던 우리 사이는 냉랭함은 10일간의 미국 서부 캠핑 투어를 다니며 다행히 녹아들었다. 인터넷 후기가 그리 많지 않던 시기인데, 어떻게 그런 프로그램을 선택했는지 모르겠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하여, 요세미티 국립공원, 그랜드캐년과 데쓰벨리, 라스베이거스, 조슈아트리파크를 거쳐 LA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매일 국립공원 캠핑장에 사이트를 구축하고, 직접 밥을 해 먹고, 침낭에서 잠을 잤고, 아침이면 짐을 챙겨 밴 천장에 올린 후 다음 여행지로 이동하는 방식이었다. 지금이야 캠핑을 많이 해봤으니 어려울 게 없겠지만, 그 당시만 해도 캠핑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던 때라 애도 많이 먹었다. 하지만 생애 처음으로 경험하는 독립된 생활과,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광활한 미국 서부의 자연환경, 그리고 오랜만에 같이 지낼 수 있게 된 여자친구까지. 모든 게 너무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낭만적인 원데이 투어, 그랜드캐년에서 일몰을 보며 먹었던 피자,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의 하룻밤, 데쓰벨리에서의 숨이 막히는 지열과 그 광활함, 그리고 날이 갈수록 꼬질꼬질해졌던 우리 둘. 지금 그런 여행을 다시 한다 하여도 그때의 감동이 돌아오지는 않을 것 같다. 그 시절, 그 나이였기에 할 수 있었던 여행이었고, 그래서 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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