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에서 가장 낭만적인 순간은 언제였나요?

인터뷰 캠프 13일 차

by 해리안

와이프를 처음 본건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같은 반 짝이었다. 그녀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첫사랑이었다. 이후로도 같은 동네를 살다 보니 오며 가며 가끔씩 얼굴을 보았고, 혼자 마음을 붉혔었다. 그렇게 7년이 지나고, 대학교 1학년 때 동문회에서 다시 만나 공식 연인이 되었다. 대학생활 4년을 같이 보내면서 싸우기도 엄청 싸웠지만, 좋은 추억도 많이 쌓았다. 졸업을 하고 나는 대학원을 가고 그녀는 취업을 하며 자연스레 헤어지게 되었다. 헤어진 후에도 이상스레 생각이 자주 났다. 잊기가 힘든 인연이었던 모양이다. 궁색해 보였는지, 오작교 역할을 와이프 친구였던 Y가 해주었다. 평생 후회하지 말고 잡으려면 지금 잡으라고 말해 주었다. 다른 사람이랑은 못 살 것 같단 생각에 미친 척하고 연락을 했고 저녁 약속을 잡았다. 홍대에 있는 10층 레스토랑이었다. 그날의 재회는 정말이지, 허세 그 자체였다. 찌질했던 옛 남자 친구의 이미지를 지우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날 그녀를 다시 만난 그 순간만큼은 내 생애 가장 낭만스런 순간이었다. 너무도 예쁜 그녀였다.


이후로 2년 정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다. 결혼 문제로 무수히 싸웠고, 결혼을 하고는 더 많이 싸웠다. ENTP와 ISTJ가 맞추어 사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큰 아이를 예상보다 빨리 갖게 되었고, 준비가 전혀 안된 어린 엄마, 아빠는 육아 문제로 또 싸웠다. 그렇게 5년은 싸움만 한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 관계를 버티게 해 준 것은 이 질긴 인연 아니었을까. 시간이 지나고 서로가 성숙해지면서 이제는 싸움보다는 이해해 주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이제는 둘째가 태어나고도 10년이 지났다. 올해는 결혼 16주년을 맞아서 제주도 여행을 짧게나마 다녀왔다. 요즘은 예전 어렸을 때 예쁘고 사랑스러웠던 와이프의 모습이 많이 보여서 좋다. 가끔 큰 딸 마냥 굴어서 챙겨줘야 할 것이 많지만, 귀여우니 봐줄 만하다. 내 생애 가장 용감했던 결정은,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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