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반 캠핑을 하며 새롭게 알게 된 즐거움 중 하나는 맑은 밤, 하늘에서 별을 보는 것이었다. 서울 생활을 오래 하면서 밤하늘에서 별을 찾아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잊고 살았던 밤하늘의 별들을 양양에 와서 다시 보게 되었다. 구름이 없고 달이 어두운 날, 캠프 파이어를 정리하고 나서 하늘을 바라보면,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별들에 감동하게 된다. 그런 날에는 공터에 나가 의자를 펴놓고 와이프와 둘이 앉아서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다. 화성, 목성을 찾아보고, 북극성과 북극칠성을 찾아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재미가 있다.
겨울철 캠핑은 거의 우리만의 단독 캠핑인 적이 많아서, 밤새 별을 찍어본 날들도 있었다. 옛날 같았으면 DSLR로 고감도 사진을 찍었겠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살겠다고 다 처분한 지 오래되어, 내게는 핸드폰 밖에 장비가 없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이 것도 잘 활용하면 궤적 사진 비슷한 결과물을 얻을 수는 있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별 사진을 찍는 것은 어렵지 않다. 북극성 방향만 잘 확인하고, 적절한 위치의 공터에 핸드폰과 삼각대를 세워놓고, 카라반에 들어와 잠들 수 있는 용기만 있으면 된다.
지난달에 보았던 겨울 하늘은, 근래 들어서 보았던 별하늘 중 최고였다.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목성이었고, 그 왼쪽아래에 노랗게 빛나는 별이 화성이라고 했다. 비행기 속도로 280년이 걸린다는 거리의 별을 저렇게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니! 양양의 맑은 공기와, 광해 없는 캠핑장의 청정 환경, 그리고 우리 부부의 날씨 운이 합쳐진 그런 날이었다.
캠핑장에서 40분 정도 북쪽으로 올라가면 울산바위를 배경으로 하는 은하수 포인트가 있다. 별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포인트라고 한다. 작년에 혼자 캠핑을 왔던 날 밤. 그믐달이라 날이 어두워 별 보기가 좋을 것 같아, 자정이 다된 시간에 이곳을 찾았었다. 미시령 옛길이라 가로등도 하나 없는 길에 차량 운행이 거의 없어, 포인트를 찾기가 무척 어려웠지만, 한번쯤은 시도해 볼 만한 풍경이었다. 병풍처럼 늘어서 있는 울산바위와 그 위로 펼쳐진 별천지가 정말 아름다웠다. 이날은 바람이 많이 불어 핸드폰으로는 은하수를 담을 수 없었지만, 눈으로 본 기억만으로도 충분한 날이었다.
살면서 하나쯤은 하고 싶은 일을 남겨두는 것도 재미인 것 같다. 별사진 찍기와 천체 관측하기가 나에겐 그런 일이다. 지금 보다는 조금 더 나이 들어서, 조금은 더 재정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여유가 생겼을 때, 좋아하는 사람과 여유롭게 앉아서 별 구경하고, 근사한 사진도 찍어 보기. 버킷 리스트에 하나 추가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