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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안 Jul 07. 2021

카라반 캠핑 최애 장소

오색 장군바위 오토캠핑장

캠핑은 개개인의 취향이 많이 반영되는 취미인지라, '최애 캠핑장'의 정의도 각양각색이기 마련이다. 지난 일 년간 카라반 캠핑을 다니면서 자연스레 우리 가족만의 캠핑 스타일이 생겨났고, 우리들만의 최애 캠핑장도 정해지게 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 가족들에게만 해당되는 그런 곳인 것 같다.


카라반을 사면 언제든 캠핑을 떠날 수 있을 줄 알았는 데 실상은 좀 달랐다. 예약 없이 갈 수 있는 '노지'는 주말에는 차박족으로 언제나 만원이고, 그나마 요즘에는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으로 주차 금지 봉이 설치된 곳이 태반이라고 한다. 돈을 내고 갈 수 있는 캠핑장도 예약 상황이 만만치 않았다. 카라반 생활에 필수인 청수관과 오수관이 있는 곳이 주로 인기 캠핑장인데, 한 달 전에 예약이 오픈되어도 보통 1초 컷으로 예약이 완료되곤 한다. 다음 주말에 캠핑을 갈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우리 가족의 현실에서, 이런 고급진 캠핑장을 무작정 잡아 놓는다는 것은 너무 사치스러운 일이었다. 정말 어렵사리 한자리 예약을 했는데, '미안해 이번 주는 캠핑을 못 가게 되었어'라는 배우자의 말을 들으면 그 마음의 상처는 어찌 치료하겠는가... 그래서 우리 가족은 내일 갈 캠핑장에 오늘 전화해도 상관이 없는 곳이 필요했다.


캠핑장에서의 인구 밀도도 우리 가족에게는 매우 중요한 우선 요소였다. 누구나 전세 캠핑을 꿈꾸고, 한적한 캠핑장을 선호하지만, 우리 가족은 조금 더 절실한 선호도를 가지고 있다. 아이들 둘이 다 남자 아이다 보니, 일반 대화를 나눌 때도 다른 집보다는 시끄러운 편이고, 여기에 조금만 탠션이 가해진다고 하면, 흔히 말하는 민폐 캠퍼가 되기 십상이다. 때문에 저녁만 되면 아이들 소리 통제에 입씨름을 많이 하게 된다. 카라반 캠핑 초기에는 남들이 많이 가는 소위 '유명' 캠장을 많이 갔었는데, 가는 곳마다 난민촌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에 질렸었고, 그런 환경에서 주변에 시끄러운 집으로 인식되는 것도 불편했다. 조금은 시설이 낡아도 사람 없는 곳에서 있는 것이 마음 편했고, 그런 캠핑에서야 휴식 다운 휴식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주말임에도 예약 전쟁을 피하고, 사람도 없는 캠핑장을 찾아야 하는데, 사실 이런 조건의 캠핑장을 찾는다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인 로망 같은 것이었다. 경기도권에서도 아직 이런 캠핑장은 찾지를 못하였고, 유일하게 강원도에서 딱 마음에 드는 캠핑장을 찾아냈다.


캠핑장 가는 길 (홍천 휴게소)

강원도까지 가는 길이 서울 강북권에서는 사실 먼 거리이다. 금토일 2박 3일 일정으로 움직여도 금요일 반나절과 일요일 반나절은 이동 시간에 반납을 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되도록 목요일 밤에 출발을 한다. 퇴근 후 짐을 싸고, 12시쯤 출발을 하면 서울 양양고속도로 홍천 휴게소에 한 시반쯤에는 도착할 수 있다. 그 시간의 휴게소는 한가하기 때문에 버스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것이 어렵지 않다. 아이들은 집에서 양치와 세면까지 다 하고 출발했기 때문에 카라반에서 바로 재우기 어렵지 않다. 다만 새벽녘에 주차장 양옆에서 들리는 트럭의 엔진 소리는 꽤 시끄럽다!


처음 장군바위 캠핑장을 갔을 때는 가을이었다. 캠핑장이 꽤 넓은 편이라, 공터도 있고, 숲 속도 있는데, 와이프와 나는 사진과 같이 보였던 숲 속의 단풍 풍경에 반해버렸었다. "이렇게 좋은 풍경인데 왜 사람이 하나도 없지?" 주말임에도 숲 속 사이트는 텅 비어 있었고, 캠장님도 자리를 넉넉히 주셔서 말 그대로 전세 캠을 즐겼었다.

우리가 늘 머무는 S2 사이트. 앞뒤로 6개의 사이트가 있어서 공간감이 매우 좋다. 바로 앞쪽에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어서 물을 떠 오거나 버리기에도 부담이 적은 편이다.

이번 봄에 다시 찾은 장군바위 캠핑장 S2 사이트. 녹음이 푸르른 이곳에서 3일 동안 풀벌레 소리 실컷 듣고 힐링하며 지냈었다. 밤에는 모닥불 앞에서 아이들과 게임도 하고 간식 먹으며 시간 보내고, 와이프가 좋아하는 별보기도 실컷 할 수 있는 곳이다.


사실 캠핑장의 시설을 논하자면, 시설이 그렇게 우수한 곳은 아니다. 전해 듣기로는 설악산 보호지구에 속하는 대지여서, 쉽사리 건물을 증축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세면장과 개수대가 있는 편의동 건물이 조금 낙후된 편이다. 하지만 캠장님이 관리를 깨끗이 하셔서 쓰는데 불편함은 전혀 없었고, 무엇보다 우리는 카라반 안에서 대부분의 일들을 해결하기 때문에 크게 상관이 없었다.


캠핑장 안에서의 사이트 인기도도 우리 가족과 다른 이용객들 간 차이가 조금 있는 것 같은데, 워낙 산속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와이프에게는 이곳이 최애 장소인 반면, 다른 캠퍼들은 시야가 탁 트인 운동장 사이트나, 계곡이 바로 앞에 있는 계곡 사이트를 좋아하는 편이다. 이래 저래 사람들 있는 곳을 싫어하는 우리 가족에게는 그야 말래 딱 맞는 '최애' 캠핑장이다.



이곳이 매력적인 또 다른 이유는 그 위치에 있다. 카라반 운전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상황은 구비구비 돌아가는 국도 길이다. 되도록 고속도로만 달리고 싶은 게 대부분 카라반 유저의 마음일 것이다. 캠핑장에 들어가는 곳이 경사가 심하거나, 외길이거나, 비포장 도로라는 말만 들어도 일단 피하고 싶어 진다. 그런 면에서 고속도로 IC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너무 큰 매력이었다. 그리고 가까운 시내라 할 수 있는 양양시장 거리와도 15분 거리, 낙산해수욕장이나 설악산 국립공원도 2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라, 그야말로 시내, 산, 바다가 모두 20분 거리에 있어 외출하기가 너무 편리하였다.


주변에 갈 수 있는 가까운 곳 중에서는 우선 주전골 계곡에서의 트래킹을 추천한다. 캠핑장 이름이 유래된 오색약수터에서 트래킹을 시작할 수 있는데 가을 단풍이 아주 일품인 곳이었다.

양양시내를 지나 동해로 나가면 낙산사도 쉽게 다다를 수 있다. 낙산사를 한 바퀴 둘러보고 산사 내에 있는 카페에서 전통 음료를 한잔 마시는 재미가 있다.

주변에 있는 낙산 해수욕장과 동호 해수욕장도 아이들에게는 여름에 좋은 놀이터가 될 것 같다. 올해 여름에는 8월에 아예 일주일을 통으로 예약을 해두었다.


늘 갈 수 있는 휴가처가 있다는 점은 든든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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