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사라지는 곳은 천국이다
꺼져가는 초의 길이는 짧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불타올랐고 불빛이 작아지려 할 때는 바닥을 보이는 심지만이 남을 것이다. 폭발했던 열정이 자신과 사회 그리고 많은 타인들에게 영향을 줬든 안 줬든 분명 한때는 어떠한 어둠이라도 환하게 밝혔을 것이다. 꺼져가는 촛불에게 건넬 건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어설픈 위로는 위태하고 안쓰러운 모습만 남겨질 것이다.
그런 안타까운 모습은 살아있는 것이 곧 고통이다.
힘겨운 영혼이 빛을 잃어가는 모습을 안고 스스로 삶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그럴 때 외부의 무언가로 인해 연명해 나간다면 수많은 타인의 시선은 안도의 한 숨으로 걱정과 축복을 건네주겠지만, 막상 그 생명은 더욱 고통스러운 삶을 연명해 나갈 수도 있다. 놓으려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놓아주는 게 어찌 보면 자연의 섭리이고 생명에 대한 존중과 예의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삶의 역행이 고통만은 아닐 것이다.
또한 삶의 역행이 꼭 죽음만도 아닐 것이다.
삶의 다른 이면에서 평온과 휴식을 찾고 안정과 행복을 얻을 수 있다면 우리가 바라보는 고통과 아픔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누군가의 행복일 것이다.
미세하게 남은 초의 심지는 양지바른 들판의 꽃들과 풀 옆에 심어져 이질적인 고통을 지속적으로 받는다. 들리지도 않는 울림에 귀 기울이면 읊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행복이라 부르는 울타리 안에서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 숨이 멎고 빛이 사라지는 날이 누군가에겐 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