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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혁 Nov 03. 2020

박지선을 데려가신 저승사자님은 실수하신 겁니다.

착한 사람들이 고통받는 사회

박지선을 데려가신 저승사자님은 실수하신 겁니다.

이제라도 실수하셨다고 인정하시고 다시 박지선 님을 제자리에 놓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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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박지선"의 비보를 듣고 믿지 않았다.

설마?... 왜?... 에이~?... 정말?... 아.. 아... 의 감탄사로 하루를 보내고 그다음 날 각종 매스컴에서 박지선에 대한 소식과 그녀의 삶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보고 들었다. 포털사이트의 많은 기사와 유튜브의 영상들을 보면서 이제야 뭔가 울컥하고 눈물이 살짝 고였다. 정말 왜 세상은 성실하고, 착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없는 곳일까?라는 의문이 한동안 머릿속을 마구 헤집고 다녔다.

교사가 되기 위해 임용고시를 준비했던 노량진 학원에서 500명 정도의 학생들이 고개 숙여 강의에 집중할 때에 밖에 내리는 함박눈을 2시간여 바라보다 강의실을 박차고 나와 개그맨의 길에 들어선 그녀는 명문대학교(고려대학교)를 나왔어도 자신의 행복을 위해 개그맨이 됐고, 선한 영향력으로 많은 사람들과 늘 행복해 보이는 것만 같았다.

학창 시절과 고려대학교를 다닐 때에도 자의적으로 무엇을 선택하고 스스로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던 박지선은 모범생이자 착한아이였고, 대학교를 다닐 때에도 과목을 선택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어 4년 내내 친구의 수강신청을 그대로 따라서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행복을 느꼈을 때가 사람들 몇 명 앞에서 개그를 하고 사람들이 웃어줄 때 큰 행복을 느꼈다고 한다. 실수로 피부 박피를 여러 번 하여 얼굴 피부가 상해서 햇빛을 잘 받지 못하고 화장을 하지 못했던 것에 안타까움도 있었다. 그런 박지선은 스스로 자신을 못생겼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정말 행복한 사람, 맑고 투명한 사람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열심히 살았고 긍정적으로 살았다. 그런 그녀가 죽었다니 그 누구도 믿지 못할 상황인 것이다.

세상엔 알게 모르게 나쁜 사람들도 참 많다. 그 많은 나쁜 사람들은 평생 고통을 받거나 괴로워하며 살진 않는다. 음흉하고 악랄한 미소를 감추며 평범하게 아무것도 아닌 척 보통 사람들과 착한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사리사욕을 챙겨가며 배부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과 착한 사람들은 안 그런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늘 힘들고 괴로우며, 각종 걱정으로 매일을 보내지만 어느 누구도 그들의 얼굴에 띈 행복한 미소를 보면 절대 행복하지 않거나 불행해 보인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속에서 쌓여가는 어두운 흔적들, 슬픈 그림자를 늘 품고 있지만 그것을 절대로 타인에게 노출시킬 일은 없고, 자신의 불행을 나누려는 생각이나 행위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세상은 알고 보면 정말 따뜻하고 아름답다.

늘 긍정과 행복한 기운을 전하려는 좋고 착한 사람들이 나쁜 일을 당하거나 겪는 일이 제발 그만 일어나길 간절히 바란다. 어둠을 밝히는 촛불은 흔들리지도, 꺼지지도 않았으면 한다.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그저 제자리를 지키며 고요하고 잔잔하게 오래도록 영원히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많은 곳에서 빛나 주길, 울먹거리는 마음으로 기도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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