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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하 Nov 19. 2022

선생님, 이번 달까지만 할게요.-1

돌아보면 의미 있는 기억-나의 첫 직장

돌아보면 의미 있는 기억 나의 첫 직장     


“선생님, 이번 달까지만 할게요.”     


거절당하면,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고상하고 생계 걱정이 없는 학교 선생님이 내 천직이라고 생각했다. 임용시험에 번번이 낙방하자 교원자격증을 가지고 취업할 수 있는 곳은, 학원 아니면 특수고용직이었다. 내 지갑엔 2천 원이 전부였다. 더 이상 공부만 할 수없었다. 찬물 더운물을 가리는 것은 사치였다. 오라는 데는 일단 가고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광고로 들어 익숙한 스스로 학습을 외치던 그 회사에 선생님이 되었지만, 정작 나는 학습지 선생님을 내 평생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막상 시스템을 이해하고 여러 가지 교육을 받다 보니 이렇게 싸고 좋은 걸 아이에게 안 시켜주는 엄마들이 이해가 안 될 정도였다.  


 3개월의 수습기간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교실(한지역에 모여있는 회원)을 넘겨받자 지옥이 시작됐다. 7시면 끝난다는 말과 달리 오전 9시에 출근해서 교재를 챙기고 회원 집에 일일이 시간 약속을 잡고, 점심을 먹고 1시 2시가 되어서야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었고, 수업은 밤 9시 밤 10시까지 이어졌다. 수업이 끝나면 바로 집에 가는 것이 아니라 꼭 사무실에 들러 보고를 하고 가던지 전화를 하고 허락을 맡고 퇴근을 해야 했다. 교실과 교실을 옮겨 다니거나 그렇게 출퇴근이 여러 번 되면, 차가 없는 나로서는 택시를 타는 수밖에 없었고, 결국 버는 것보다 교통비 기타 잡비가 더 나가는 상황이었다. 애초에 차가 없으면 상당히 애매한 근무형태였다. 


 그런 근무 강도보다 더 힘든 것은 바로 영업 스트레스였다. 동료 선생님들이 월말이면 날이서 있고 사무실에서 큰소리가 오가는 것인지를 그제야 파악하게 되었다. 실적을 하나라도 올리려면, 선생님들의 빈시간 하나하나까지 체크를 해서, 수업 시작시간이 조금이라도 공백이 생기면, 사무실 앞에서 무진을 뛰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한 사무실에 오래 앉아있는 것이 아닌, 여기저기 이동해야 하는 학습지 선생님의 특성상, 수업이 취소되거나 해서 비는 시간이 생기면, 뭘 해도 사무실에선 알 길이 없으니 그렇게 의심하고 통제하려 했을 것이다. 


 오전엔 상담을 빙자한 영업전화를 했고, 오후엔 한 과목이라도 더 계약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했다. 그러려면 세상 친절한 선생님이 되어 시간을 더 오버하면서 아이 어머님 앞에서 상담 인척 기회를 엿보아야 했다. 토요일도 없이 무진(파라솔 무료진단 테스트)을 뛰었지만, 실적은 없었고, 회사에선 무능한 사원이었고, 아이 어머님에겐 영업에 눈먼 선생이었다.      


"선생님, 이번 달까지만 할게요."

퇴회(그만두는 것)는 계속 생기고 있었다. 


 지국에 피해가 되는 나 같은 사람은 가라(가짜 회원)라도 만들어 얼추 실적을 맞추는 게 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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