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어디 갔을까

그림자를 찾는 시간

by 공작


아빠 따라가!


어느 날, 아빠가 술에 취해 들어왔다. 평소처럼 엄마와 언성이 높아졌고, 결국 아빠는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엄마는 내게 “당장 따라가 봐”라고 했다. 나는 잠옷 위에 아무 옷이나 걸치고, 집을 나선 아빠의 뒷모습을 따라나섰다.

아빠의 걸음은 흔들렸고, 나는 그 뒤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라갔다. 모래내를 지나 안덕원을 건너 백자동으로 향했다. 낯설지만 익숙한 길이었다. 예전엔 내가 마음껏 뛰어놀던 시골 동네였지만, 몇 년 만에 다시 간 그곳은 전혀 다른 세상이 되어 있었다. 도로는 넓어졌고, 오래된 집들은 사라졌다. 아는 얼굴 하나 보이지 않았다.

걸음을 옮길수록 가로등은 드물어지고, 차들도 사라졌다. 구석구석 나를 품어주던 어린 시절의 동네에는 검은 들판과 바람뿐이었다. 나도 모르게 걸음이 느려졌다. 그 순간, 아빠의 모습이 사라졌다.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띄엄띄엄 있는 시골집 문을 두드려볼까 생각했지만, 너무 늦은 밤이었다. 게다가 그땐 휴대전화도 없던 시절이었다.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아빠는 보이지 않았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나는 혼자였다. 겁이 밀려왔다. 돌아가야 하는 길조차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 불빛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파출소였다.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전화를 한 통만 써도 될까요?”라고 말했다. 경찰 아저씨는 놀란 표정으로 내 얘기를 들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자, 아저씨는 수화기를 귀에 대고 있던 나를 향해 말했다. “같이 아버지를 찾아보자.”

경찰아저씨는 나와 함께 집으로 가서 엄마를 경찰차에 태웠다. 엄마는 아빠가 있을 만한 집을 단번에 말했다. 그 집으로 찾아가서 경찰아저씨와 엄마는 아빠의 이름을 불렀다. 내가 알던 시골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기와가 얹힌 아담한 한옥이었다. 그곳엔 예쁜 신발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지만, 아빠 신발은 없었다. 주인으로 보이는 여자는 그런 사람은 없다고 했다. 그날의 정적과 공기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경찰 아저씨는 근무시간을 쪼개 우리를 도와주었다. 결국 아빠를 찾지 못하고, 엄마와 나를 집까지 태워주었다. 경찰 아저씨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다음날 등굣길의 발걸음은 이상하게 무거웠다.


나는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왜 엄마는 직접 가지 않고 나를 보냈을까.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아빠가 갔을 곳을 단번에 짚어낸 걸 보면, 엄마도 어쩌면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니, 정말 몰랐을까. 한 여자아이가 가로등 하나 없는 밤길을 혼자 걸으며 겪게 될 두려움을.


그날의 밤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 남아 있다.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건 아빠였을까, 아니면 우리 가족 모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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