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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하 Dec 09. 2022

선생님, 이번 달까지만 할게요-3

돌아보면 의미 있는 기억 학습지 교사

어쩌면, 나에게도 수많은 실패와 좌절 후 찾아오는 억대 연봉이라는 성공의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헛된 기대를 품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성실함을 보여줄수록 상급자들은 칭찬 일색이었다. 토요일이면, 마트 병원 앞에 파라솔을 펴고 무료진단 테스트로 전화번호를 모았고, 밤 10시가 다 되어 수업이 끝나면, 아파트 고층에서 전단지를 붙이며 내려왔다. 성공에 눈이 먼 내게 어둠 따위는 무섭지 않았다. 사무실에 잠깐 들르면 빨리 퇴근은 시켜주지 않고, 먹을 것을 시켜주니 또 동료 선생님의 일을 돕거나 내 일을 하다 늦게 퇴근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사내 광고에서 전국 1등이라는 선생님이 바로 같은 지역 선생님이었고, 은행원을 그만두고 돈을 벌고 싶어 입사했다는 그녀의 스토리는 억대 연봉으로 포장되었다. 신규 선생님들의 사기를 북돋기에 충분했다.

꼭 억대 연봉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해야 신규 유입으로 빠져나가는 퇴회(회원이 그만두는 것)를 만회할 수 있었고 가르치는 것만 잘한다고 회원이 느는 것은 아니었다. 시장 한편에서 추위에 떨며 소스(회원 전화번호)를 얻고 사무실에 돌아와 전화를 하고, 그렇게 계약하는 회원이 늘고 있어야만 주말도 편히 쉬는 게 가능했다.


늘 그렇지만, 좋은 순간은 영원하지 않고, 밧줄인 줄 알고 잡았더니 칼자루일 수도 있는 상황이 온다.


실적 좋던 동료가 말도 없이 그만뒀는데,  알고 보니  가짜 회원을 백 명 넘게 가지고 있어, 감당하기 어렵자 도망가버렸다. 굉장히 똑 부러졌고,  항상 수업이 많아 부러웠던 동료였다. 회원이 많아서 토요일도 수업을 나간다는 그녀의 흔들리던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다. 학습지 업계에서 가방을 놓고 도망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냥 도망가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했고, 팀원들은 팀의 실적을 위해서 마이너스를 떠안았다. 


서로 갈등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구조였다.     


한참 후에야 안 사실이지만, 전국 1등이라는 무서운 실적을 자랑했던 그 지국은 무리한 영업으로 인해 없어졌고, 최고 실력자였던 국장은 해고를 당했다. 상급자인 지국장들은 뿔뿔이 흩어져 아직도 그런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고 들었다.



내가 2년이란 시간 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돈이었을까, 

아니면 귀엽고 사랑스러운 제자들 때문이었을까.     


아마도 차가 없는 나를 위해 한겨울에 수업이 끝나고 밤에 퇴근하는 내 위치를 물어 차를 태워준 고마운 팀장님..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무진을 일찍 끝내고 

커피와 빵을 사줬던 선배의 응원,..

늦은 밤 전단지를 같이 붙여준 동료의 따듯한 마음..

같은 처지의 사람끼리 서로 돕고, 상생하는 길은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고 어루만져주는 동료애였을까.

늘 나를 미소 짓게 했던건 , 같은 지국 사람들의 사소한 친절과. 공감이었다.


그래도 생각하면 그만두지 못해 다니던 28살 나의 괴로웠던 출근길이 생각난다.

그때의 경험이 후에 학교로 이직하고, 오늘날 개인사업자가 되는데 큰 영양분이 되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내가 그토록 몸담기 싫었던 직업이 누군가에겐 한 가정을 먹여 살리고, 다시 태어나도 하고 싶은 사명이라는 걸 마흔이 넘어서야 알게 되었다...    지금도 얼마나 많은 학습지 교사가 현장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지를 보면, 분명히 아이들의 학력을 향상해주고, 수많은 전문가를 탄생시키는 탄탄한 교육기업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특별한 커리큘럼 때문이 아닌, 현장에서

부당한 시스템 속에서도 발로 뛰는 현장직 선생님들의 뼈를 깎는 피와 눈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만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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