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두 개

그림자를 찾는 시간

by 공작

통장 두 개


장례를 마치고 엄마가 조심스레 두 개의 통장을 내밀었다.

아버지가 손주들 이름으로 만든 통장이었다. 몇 년 전부터 매달 같은

날짜에 만 원씩 꾸준히 넣었다고 했다.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은행으로 가서 직접 현금인출기를 눌렀을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자,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 적은 금액이지만 손주를 향한 말로 다 하지 못한 사랑이 들어 있었다.



장례가 끝나고도 현실은 실감 나지 않았다. 문득 아버지가 없는

세상을 깨닫는 순간마다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버스가 다니고, 해가 다시 뜨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밥 냄새가 다시 풍겼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살아가고 있었다.

내 안의 시간은 멈췄다.

살아있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의 부재를 견디는 일임을 알았다.

이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지 3년이 되었다.

가끔 통장을 꺼내 들여다본다.

매달 찍힌 10000원.이라는 숫자를 볼 때면

아버지가 멀리서 보낸 편지를 읽는 기분이 든다.

기계가 찍은 숫자지만, 그 안엔 미안함도 들어있고 사랑도 들어있다.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그 마음의 기록이

여전히 내 마음을 울리고,

어딘가에서 아버지가

매달 같은 날짜에 다시 새로운 사랑을 부치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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