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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은 나를 이해하는 또 다른 공부다

나를 지키는 힘

by 공작

게으름은 나를 이해하는 또 다른 공부다





"선생님, 손이 예뻐요"

수학 문제를 풀던 한 학생이 말했다.

책상에 앉아 순간 내 손톱을 바라봤다. 화려한 보석처럼 보이겠지만 네일아트가 아니라 다이소에서 산

네일스티커다.

내가 네일아트를 받지 않는 이유는 순전히 게을러서다. 시간을 들여 꾸미는 일에도 영 익숙하지 않다.

나 자신을 꾸미는데 거의 시간을 안 쓰는 편인데, 비용도 비용이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설거지, 빨래, 채점, 수업 준비.. 사부작 만들기,,, 매일 무언가를 하느라 바쁜 내 손은 핸드크림 바를 틈이 없다. 그래서 내 손은 늘 거칠고, 쫓기는 사람의 손처럼 보였다.

어느 날 다이소에 갔다가 네일스티커를 발견해서 혼자 한번 붙여봤다. 제법 그럴듯했다. 언뜻 봐서는 정말 네일아트를 받은 것처럼 예뻤다. 내 마음까지 환해지는 듯했다.

빨리 떨어진다는 게 흠이지만,,


적은 비용으로도 누릴 수 있는 사치도 '나에게 시간을 들이는 일'에서 시작된다.

손톱을 꾸미는 일이 하찮게 여겨졌었다.

그런데 아니다.

작지만 나를 꾸미는 행위는, 내가 나를 위해 대접해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책상 위의 현란한 손톱에 눈길이 가거나, 커피를 마실 때,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이번 주 하루하루를 조금 더 ,

내가 나를 지켜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게으름 덕분에 작고 반짝이는 나만의 여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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