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공부하던 시절, 다시 과외아르바이트를 알아보던 중이었다. 지금은 과외 학생을 구하는 플랫폼이 있지만, 그땐 인터넷도 흔치 않던 시절이다. 전봇대에 문어발 광고지를 붙이는 게 내가 아는 가장 흔한 홍보방법이었다. 대학생 때는 건너 건너 지인을 통해 학생을 소개받았지만, 쉬었다 하려니 홍보 방법이 막막했다.
그래서 나는 문어발 전단지를 만들어서 동네 전봇대에 붙이고 다녔다. 낮에 붙이는 건 용기가 안 나서 밤에 20장 정도를 만들어서 아주 귀여운 수준으로,, 보일만한 곳에 붙였다. 전단지 붙이는 것도 일이라고 몸이 고되었는지 나는 앓듯이 누워 잠들었다.
그날 꿈을 꾸었다. 이빨이 3개 빠지는 꿈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정확히 3통의 문자가 와있었다. 각각 다른 번호로.
"불법 과외 전단지. 어디서 이딴 걸 함부로 붙이고 다녀.
한 번만 더 걸리면 바로 깜빵이다"
"이 동네에서 다시 붙이면 바로 신고한다. "
"번호 확인했다. 다음에 알아서 해"
나는 한동안 덜덜 떨리는 손을 보면서 일어나지 못했다. 내 전단지가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전단지를 감시하는 사람들한테 걸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누군가 내 전단지를 쫙~ 떼어내며 내 번호를 누르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전봇대를 피해 다녔다. 고개를 숙이고 다녔다. 혹시 경찰한테 전화가 올까 봐 핸드폰도 한동안 꺼두었다. 나는 종일 안절부절못했다.
다행히 한 달이 넘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시절은 그런 시절이다. 지금과는 좀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고 돈을 받지 못한 채 그만두어도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던 시절.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그 원하는 것을 이룬다는 것 자체로 죄가 되던 시절.
졸업 후, 취직을 하지 않고 공부하는 길을 택한 나의 프리랜서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냥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그 작은 일을 위해서 , 나는 포기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
프리랜서식의 일을 처음 시작했던 이야기를 하자면,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가 학원 강사로 일하던 시절이 있었다. 사람들은 종종 강사도 프리랜서냐고 묻는데, 그건 경우에 따라 다르다. 학원 강사가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서 근무 시간을 채워야 하는 직업이라면, 프리랜서는 정해진 마감에 맞춰 스스로 일정을 조율하며 일을 끝내는 방식이다. 이런 점에서 두 직업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 겪어보면 일하는 방식이 꽤 다르다.
그 시절 나는 비즈공예에 빠져있었다. 반짝이는 구슬을 꿰고 붙여서 액세서리를 만드는 재미가 쏠쏠했다. 내가 만든 액세서리를 보고 동료들이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았다. 내가 만들었다고 하니 여기저기서 돈을 줄 테니 만들어 달라고 했다.
나중에는 학원 원장님도 부탁을 했다.
"박 선생, 우리 와이프 것도 만들어주세요, "
"박 선생, 내 친구 것도 만들어줘~"
그렇게 해서, 원장님의 사모님, 친구, 동료강사, 나중엔 교회 집사님들의 목걸이와 귀걸이를 만들어 팔았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있었다. 혼자 만드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들었던 것이다. 나는 마감을 맞추기 위해 밤을 지새워서 일했다. 그리고 재료비가 상당히 많이 들었다.
결국 타산이 맞지 않아 오래 하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그렇게 나의 사이드 잡은 조용히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