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가족 여행
난생처음 엄마와의 해외여행 (가족여행기)
우리, 잘 해낼 수 있을까?
대만 타이중 공항에 도착했을 때, 이국적인 소도시 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열대 꽃나무와 야자수에 눈이 팔린 사이 습한 기운에 살짝 땀이 났다. 불과 두 시간 전 긴팔을 입고 있었지만 대만의 날씨는 이미 초여름으로 들어가고 있어 더웠다. 여행 출발 전까지는 썩 내키지 않았다. 친정 엄마의 칠순기념으로 남동생가족도 처음 같이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이었다. 대만의 이국적인 풍경을 보니 이전의 부담스러운 마음과는 달리 이번 여행이 어떻게 펼쳐질지 어쩐지 기대가 되었다. 출구로 나와서 가이드를 찾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가버린 일행을 기다렸다가 드디어 대만 관광버스를 타게 되었다.
"짐을 이리로 주세요" 가이드 아저씨의 안내에 따라 관광버스의 짐칸에 우리 가족의 캐리어를 모두 실었다. 가이드아저씨의 달변가다운 멘트 하나하나에 박수가 절로 나왔다. 창밖으로는 군데군데 열대나무들과 오래된 건물들이 보였다. 나는 내키지 않는 마음을 꾹 누른 채 여행을 즐기기로 했다. 언젠가부터 나는 내 속마음을 굳이 드러내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 흔히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다수의견에 따르려면 불만이 있어도 나 혼자 입 다물고 있으면 그만이었다. 그게 차라리 상황을 정면으로 나서서 돌파해서 문제를 만드는 것보다 쉬웠다. 그럴 때면 나는 내 마음속의 일그러진 얼굴을 감추고 모두의 바람대로 진짜처럼 웃는 얼굴을 드러냈다. 사람들은 그런 내 가짜 연기를 진짜로 믿었다. 아니 믿어야만 했는지도 모른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현지식으로 저녁을 먹고 난 후 스린 야시장에서 첫 관광이 시작되었다. 패키지여행이 처음인 데다가 가이드 아저씨와의 소통의 오류로 우리는 스린 야시장에 안 가고 바로 눈앞에 있는 패밀리편의점에 한눈이 팔려서 편의점에 들어갔다가 가이드아저씨를 당황시켰다. 동생네 가족이 대만돈을 환전해 오지 않아서 겸사겸사 편의점에 들어간 것이 화근이었다. 가이드 아저씨는 당황한 얼굴로 우리가족을 향해 한마디하셨다.“패키지여행 안 다녀보셨어요? 편의점 쇼핑하러 온 거 아닙니다. 제 말을 들어주셔야 합니다”
우리는 죄송하다고 했다.
스린야시장은 대만을 대표하는 최대규모의 야시장으로 다양한 먹거리와 오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야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낯선 취두부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 당황스러웠다. 내가 처음 맡은 취두부 냄새는 오래된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는 냄새와 비슷했다. 발 디딜 틈 없이 현지인과 관광객이 꽉 찬 시장 안에서 우리 9명의 가족은 서로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계속 확인하며 인파에 몰려 시장구경을 했다. 특히 칠순인 엄마가 잘 따라오도록 고등학생 조카들에게도 할머니를 챙기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지파이, 소시지, 꼬치, 고기만두 등 먹을거리에 정신이 팔려 구경하다가 뒤를 돌아보니 아들이 안보였다.
“자기야 하율이는?!”
나는 본능적으로 하율이를 잃어버렸음을 알았다. 날카롭게 묻는 나의 말에 남편은 허둥지둥하다가 하율이를 찾으러 인파를 뚫고 나갔다.
“하율이 잘 챙기라니까 진짜”
남편을 원망하는 말을 공중에 내던지고, 그제야 전화기를 보니 하율이에게 보이스톡이 4번이나 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