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엄마와의 해외여행 (가족여행기)
대만 여행 둘째 날
숙소에서 한참을 달려 우리는 대만의 북쪽 해안가에 위치한 예류지질공원을 찾았다. 오전부터 내리쬐는 햇살은 따뜻했고, 하늘은 맑았다. 짭조름한 바닷바람에 코끝이 간지러웠다. 예류 지질공원의 스타는 단연 여왕머리바위다. 이집트 네페르티티 여왕을 닮았다고 해서 ‘여왕두’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여왕바위는 지금도 계속 바람에 계속 깎이고 있다. 그래서 언젠가는 진짜 ‘머리’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데, 대만 정부는 손대지 않기로 했다. 불도교에서는 자연에서 온 건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예류지질공원 입장하자마자 풀밭 한가운데에 있는 여왕머리 2는 진짜가 아닌 3D 스캔을 통해 제작한 모조품이다. 가이드는 진짜여왕바위에서는 사진 찍으려면 오래 걸리니 그냥 모조품 앞에서 찍으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하트모양바위 앞에도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리고 바닷가 너럭바위 사이로 벌집처럼 구멍 뚫린 바위들이 보이는데, 이건 ‘타포니’ 지형이라고 한다.
각가지 모양의 바위들이 조각처럼 늘어선 풍경 앞에서 나는 숨을 들이쉬었다. 예류지질공원은 바람, 파도, 시간이 만든 야외 전시장이었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헝클어놓았지만, 이상하게 그 느낌이 싫지 않았다.
우리는 쉬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 "이쪽 봐봐!" "하나, 둘, 셋!" 셔터 소리와 함께 웃음이 터졌다.
아이들의 손을 붙잡고 길을 걷다 보니, 바위 하나하나가 점점 다르게 보였다. 조각상 같기도 하고, 오래된 생명체 같기도 했다. 여왕머리바위 앞에 다다랐을 때는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가이드의 말대로 목이 점점 가늘어져 언젠가는 부서질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수천 년 동안 이어져온 저 바위도 언젠간 없어진다. 사람도 그렇다.....
"얼른 가서 찍자!"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도 가족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서로를 찾고 계속 옆에 있는지 확인했다. 바위 사이를 걷는 동안, 나는 엄마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젊고 예뻤던 엄마는 어느새 나이가 들었다. 그런 엄마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웃고 있다. 엄마는 변했다. 더 이상 나에게 욕을 퍼부어대던 무서운 엄마가 아니다. 나는 엄마와 연락을 끊었다. 죽을 거 같아서..... 그런 엄마와 다시 연락을 하게 된 건 아빠가 쓰러지고 나서였다. 나에게 준 상처를 기억하지 못하는 엄마에게 내가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기억을 품은 내가 손을 내미는 수밖에.....
"엄마, 거기 서봐, 사진 찍어줄게"
나는 애써 엄마를 향해 핸드폰 카메라를 눌렀다.
사진을 다 찍고 난 뒤, 우리는 감탄하며 다시 발길을 돌렸다. 푸른 바다는 그저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씻어주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순간을 꾹 눌러 담았다.
그날, 우리는 더 자주 서로의 이름을 불렀고, 더 자주 마주 보았고, 더 많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