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근교의 작은 마을, 지우펀은 현지인과 관광객들의 발길로 붐볐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비탈길을 따라
낡은 지붕, 세월의 때가 묻은 건물들 사이사이 붉은 홍등이 줄지어 달려있었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광광버스에서 내려서 일반버스로 갈아탔다. 비탈길로 이어지는 좁은 도로를 지나서 버스에서 내리니 계단을 따라 올라가고 내려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계단이 제법 가팔랐지만 골목마다 스며든 낭만적인 정취와 한 걸음 오를 때마다 펼쳐지는 이국적인 풍경이 잠시 현실을 잊게 했다.
아기자기한 홍등이 걸린 마을을 눈에 담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시간이 더 있다면 여유롭게 저녁까지 머무르고 싶은 곳이었다.
관광을 마치고 다시 관광버스가 있는 주차장까지 일반버스를 타고 내려가야 했다. 정류장에는 먼저 도착한 다른 여행객 팀이 있었다.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하자 다른 여행객팀의 가이드가 버스기사와 이야기를 했지만 그 버스는 태워주지 않고 가버렸다. 우리 쪽 가이드 아저씨의 말을 들어보니, 현지인들도 시간이 없기 때문에 중국어로 소통이 잘 안 되면 그냥 가버린다고 한다. 여행객들에게는 20분이라도 중요한 시간이라 빨리 버스를 타고 내려가야 다음 차질이 없을 것이다. 앞에 줄 선 여행팀이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우리도 덩달아 늦게 되었다.
우리 쪽 여행 가이드 아저씨의 기지로 앞 여행객팀을 버스를 태워 보냈다. 그리고 우리 차례가 되어서는 우리 뒤쪽에 줄 서있던 일본가이드 분도 버스를 타기가 어려운지 우리 쪽 가이드 아저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만원 버스를 한대 더 보내고 나서야 우리 차례가 되어서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우리 뒤에 있던 여행팀은 일본인 여행객들이었다. 우리 가이드 아저씨에게 도움을 받은 현지 여행가이드는 몇 번이나 우리 가이드 아저씨에게”따거 쎄쒜”를 외치며 두 손을 모아 감사인사를 전했다. 중국어를 잘하는 가이드 아저씨를 보면 당연하게만 생각했는데, 중국어를 잘하는 일본인 여성 가이드를 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같은 여자의 입장으로 여행가이드가 정말 힘든 일 같은데 멋지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우리 쪽 가이드 아저씨 진짜 멋지지 않아? 중국어도 보통 잘하는 게 아니고 수준이 높네. 진짜 노련해”
내가 한 말에 생각지도 못한 엄마의 대답이 들려왔다.
“그럼 돈 벌려면 해야지 뭐가 대단하냐”
엄마는 늘 그런 식이 었다.
칭찬보다는 비판할 거리를 찾고, 현재의 만족보다는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부러워했다. 엄마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세월이 그렇게 만든 것일까. 엄마의 눈엔 가이드가 눈에 차지 않는 눈치였다. 과연 엄마 마음에 드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기나 한 걸까.?
우리 엄마.
겨우 스물다섯의 나에게
“넌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냐’며 번번이 핀잔을 주던 엄마.
나는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
나중에 혹 소설의 재료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대만여행기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갈수록 여행보다는 엄마 이야기로 치우치는 것 같다.
그리 행복한 이야기가 아니라, 잠시 연재를 멈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