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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도 길은 있다.

by 공작

사막에도 길은 있다.


지난 일 년 동안 숫자는 쳐다보기도 싫었다.

사춘기 반항으로 공부를 포기한 아들을 보며,

그 책임이 온전히 내게 있다고 생각했다.

‘자식이 이 모양인데 내가 다른 아이들을 가르쳐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며, 나는 내가 가던 길이 과연 맞는지 확신을 잃어갔다.

급기야 번아웃 핑계로 모든 것을 멈췄다.

마치 배를 타고 사막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나는 환경 탓만 했다.

나를 위기로 내몬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다.

어쩌면 어딘가에 오아시스가 있을 거라 믿고 버텼지만,

막상 그곳을 발견한다 해도 배를 타고는 나갈 수 없는 곳이었다.

결국 나는 사막에서 낙타를 타고 걸어 나와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뜻밖에도, 내가 다시 살아 있다고 느낀 순간은 너무나

평범한 일에서 찾아왔다. 아들의 2 학년 1학기 기말고사 수학 시험지를 풀어봤을 때였다.

그렇게 보기조차 싫던 숫자들이 한 문제씩 풀릴 때마다,

오히려 심장이 두근거리고 묘한 스릴마저 느껴졌다.

몸으로 익힌 것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이었다.

6년이라는 긴 공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잊힌 줄 알았던 기억들이 하나둘 되살아났다.

건강이슈를 겪으며,,,

다시 초등학교에 강사로 나가며 나는 묘하게도

쉬고 싶다가 아닌, , 그냥 평범하게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순간 문득, 나를 붙잡던 막막함이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았다.

‘그래, 나는 여전히 살아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임헌영 교수님의 문학 강의를 들으며 가장 마음에 남았던 말이 있다.

“작가는 삶을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직접 겪은 것만이 글이 된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내야 한다.”

그 말이 지금의 나를 흔든다. 삶을 버텨낸 시간들이 결국 글이 될 수 있다면,

나의 사막도 언젠가 이야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다시 내일을 마주하고,

나 자신을 다독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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