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동안 뜸했던 이유

사춘기 아들과 갱년기 엄마가 싸우면, 갱년기가 이긴다고?

by 공작



그동안 뜸했던 이유






누가 그랬는가?


사춘기 아들과 갱년기 엄마가 싸우면, 갱년기가 이긴다고?



아들의 사춘기가 길어지면서 아들은 그 잘하던 공부를 완전히 놓아버렸다.


아들의 사춘기도 걱정이었지만, 나는 최소한의 공부도 놓아버린 아들을 미워했다.


밉다. 부모가 자식을 미워해도 될까?


사랑하고, 미운, 양가감정.


그사이에서 나는 졌다.


처절하게 피 흘리며 전사했다.




그렇다고 아들이 청소년 비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힘들겠지만 아들이 나가서 사고 치는 것도 아닌데, 너무 걱정 말라며 위로하려 했다.



차라리 완전히 공부머리가 없고, 놀기만 좋아하는 아이라면 포기가 빨랐을 것이다.


아들이 게임에 빠지면서, 모든 문제에 무기력해졌다.



그리고 거침없이 부모에게 선 넘은 말을 쏟아냈다.



나는 원인을 나에게 돌렸다. 아이들이 너무 어릴 때 일을 시작한 것이 문제였을까.


내가 충분히 돌봐주지 못해서, 그런 걸까.





아들과의 언성으로 집 공기가 차가웠다가, 또 이내 다시 평화를 찾았다가.


또다시 그러기를 반복하며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있다.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면서 나보다 더 심한 사람도 있구나 하며,


눈물 콧물을 쏟기를 여러 날 거쳤다.



밖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 왜? 학교 이외에는 절대 안 나갔으니까...



아들의 사춘기에 내가 평생 해온 일이 득 될 게 없다는 판단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을 정리하고 1년을 쉬었다. 다른 학생들 열심히 가르쳐봐야 뭐 하나,


내 아들은 이 모양인데, ..라는 생각에 절망스러웠다.



그리고 나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3년 만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아들이 다시 수학을 해보겠다고 한다.



파란만장(波瀾萬丈)이라는 말은 파도波濤의 물결처럼 일상생활이나


역사의 흐름 속에서 큰 변동과 역경이 있는 것을 나타낼 때 사용된다.


역사의 명작 벤허를 보면 파란만장한 삶이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벤허는 예루살렘의 대부호였다. 남부러울 것 없는 사람... 그러다 옥상에서 기념 행진을 구경하던 중 여동생이 실수로 담장의 기와를 떨어뜨리고 만다.


신임 총독의 말이 놀라 낙마하여 상처를 입게 한 일로 그만 반역죄로 몰린다. 한순간에 벼랑 끝 노예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소설 뜻대로 하소서에도 파란만장한 알 수 없는 인생들이 나온다.


친구든 지인이든, 가족이든, 언젠가는 인생에서 반드시 사람으로 인해서 우리는 살기도 하고 곤경에 처하기도 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게 아들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자꾸 옮겨 다니는 이사 문제, 시아버지의 장례식, 아들의 사춘기 문제,



나의 건강이슈.



파란만장한 나의 삶.



파란만장은 1억이다. 세종대왕이 그려진 파란 배춧잎 만원 일만(一萬) 장은 실제로 1억이기도 하니...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라,


나쁜 일이 때론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4. 난생처음 엄마와의 해외여행 (가족여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