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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는 곧 나를 정돈하는 일

나를 지키는 힘

by 공작




정리는 곧 나를 정돈하는 일

저정리는 곧 나를 정돈하는 일

정리는 곧 나를 정돈하는 일




햇빛이 비스듬히 거실로 내리쬐는 오후, 나는 한 손에 마른 수건을, 한 손엔 먼지떨이를 들고 책장을 한 칸씩 훑고 있었다. 바닥에는 막 쓸어낸 먼지와 머리카락이 한데 모여있었고, 몬스테라 화분은 책장 옆에 놓여있었다. 햇빛을 만나며 반작이는 먼지 입자가 눈앞에서 부유했다. 화분에서 올라온 흙냄새가 책냄새와 뒤섞여 묘한 안정감을 주었다. 내 안의 먼지도 함께 쓸려나가면 좋겠다. 청소라는 의식을 통해서, 마음의 결도 정돈되었으면 좋겠다. 바빴던 며칠, 처리되지 못한 계획과 가족의 일, 버려야 할 생각들이 먼지처럼 방구석에 쌓여있다. 결국 청소가 아니라 나는 마음 정리를 하고 있었다. 남길 것은 반듯하게 놓고, 숨이 막히는 감정엔 물을 주는 일.


"청소하니 기분이 좋구먼.."


나지막하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손끝은 물걸레의 습기를 머금은 채 약간 축축했다. 그 감촉이 좋았다. 몸이 살아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아서.

단정한 책들을 보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당신에게 설렘을 주지 않는 물건은 보내줘도 좋습니다"

곤도마리에의 정리법은 물건을 버리는 법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법에 가깝다. 그 질문은 내가 지금 마주한 관계, 감정에 대해서도 질문하게 만든다.


"정말 필요한 걸까?"

그리고 필연적으로 되묻는다. "나는 지금 괜찮은가?"


청소를 하면서 느끼는 건, 마음이 먼저 불편하면 내 공간을 다시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러다 바닥도 치우고, 먼지도 닦다 보면, 결국 마음도 함께 정리된다는 사실이다. 나는 집을 청소하는 게 아니라, 내 복잡한 감정을 정리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유발 하라리는 사람의 심리 상태는 공간의 질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방이 어지러우면 뇌는 ‘처리해야 할 정보’가 많다고 느끼고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청소는 단순히 보기 좋기 위한 일이 아니라, ‘불안을 덜어내는 심리적 행동’이라는 것이다.


옷장을 정리하다 오래 입지 않은 셔츠를 한 벌 꺼냈다. 낡은 것을 꺼내고, 보낼 곳에 보내야, 새로운 공간이 생긴다. '나를 돌보는 일'이 생각보다 대단하고 거창한 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깨끗한 책상 위에 커피잔을 올려두고 앉자,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생각들이 한 줄씩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청소는 결국 나 자신을 다루는 일이었다. 어지러운 마음을 다시 제자리로 돌리는 일, 그러니 삶이 흔들릴 때마다 나는 다시 한번 천천히 걸레를 들고 방구석구석 닦기 시작할 것이다.


결국 그것이 나를 닦는 일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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