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면접: ‘나’는 누구인가
자기소개 좀 시키지마
직장을 구하는 사람 치고 너무 도발적인가?
면접을 가면 의례 자기소개를 시킨다. 자기 소개서를 통해 회사에서 원하는 내용을 이미 적어 보내두었는데 자기소개를 해달란다. ‘자기소개서를 읽어보았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해달란다. 나는 그게 참 별로인 것 같다.
그래, 정성을 다해 자기소개서를 써갔지만 바빠서 못 읽을 수 있다. 그렇지 바쁘니까 사람을 뽑는 거겠지, 그래서 내가 여기 있는 거겠지. 혹은 여러 명의 후보자 중에서 자기소개서로는 누군지 구분이 안되니까 ‘아, 이 친구였군!’ 상기할 수 있도록 요청할 수도 있다. 얼마나 조리 있게 말하나 들어보고 싶을 수도 있다. 아, 물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번 시켜볼 수도 있다.
언젠가 한번 이런 생각을 이야기 했더니 누군가가 “그거 다 이유가 있어서 물어보는 걸걸요?” 했다. 그게 뭐냐고 물어보니 “인사팀에서 암튼 뭔가 있을 거에요” 란다. 어릴 때는 인사팀에서 면접을 진행할 때에 내가 사용하는 언어, 목소리의 크기, 말하는 속도, 목소리의 떨림, 눈동자의 움직임, 손동작, 어깨 움직임 등을 파악해 내 말의 진위여부를 판단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생각도 했다.
실제로 사람을 뽑는 입장에서는 지원자의 말이 다 사실인지 많이 궁금해하는 것 같다. 몇 년 전에 라이투미(Lie to me) 세미나에 다녀온 적이 있다. 미국에서 인기 있었던 동명의 드라마의 유명세를 활용한 세미나였다. ‘라이투미(Lie to me)’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FOX에서 방송한 드라마다. 총 시즌3까지 방영했다. 주인공인 칼 라이트만 박사는 얼굴의 미세한 표현(Micro expression)을 읽고 감정을 파악해 말과 행동의 진위 여부를 파악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파트너인 질리언 포스터는 사용하는 단어, 말을 빠르기, 세기, 호흡 등을 파악해 진위 여부를 가려낸다. 이 드라마에 흠뻑 취해 있을 땐 주인공의 실제 모델인 폴 에크만(Paul Ekman) 교수 홈페이지에 들어가 이러저러한 자료를 읽기도 했다.
실제 그 세미나에는 국내 유수의 그룹사 및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많이 참여 했었다. 그리고 범죄학, 범죄 심리학을 전공하는 분들도 다수 있었다. 국내 그런 전공이 있는지 그때 처음 알았다. 세미나는 기초 강의 후에 실습도 했는데, 아무나 나와서 뭔가 말하면 그 사람의 모습을 보고 진실인지 거짓인지 맞춰보기도 했다.
인사 담당자들이 이런 세미나에 관심을 가질 만큼 회사에서 사람을 채용하는 것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충분히 알 것 같다. 일해보면 혹은 퇴사해보면 더욱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느끼게 된다.
그래서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면접에서 자기 소개를 시키지 않는 것이다. 중요한 채용 면접에 그들이 내가 누군지 충분히 알고 들어왔다는 인상을 받고 싶다. 내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를 충분히 보고 회사에서 필요한 인재상과 맞춰 본 뒤에 면접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다. 아마도 나에 대한 궁금증이 넘쳐날 텐데 내가 준비해온 그럴 듯한 자기 소개를 듣고 있겠단 말인가!
면접은 서로 처음 만나는 자리이다. 내가 회사에 좋은 인상을 남겨야 채용돼 듯, 나도 회사에 대해서 좋은 인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나를 3일만에 채용한 회사는 면접 들어가자 마자, “이력서 잘 봤고, 추천한 분에게 들어서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겠고, 우리 회사 앞으로 이렇게 업무를 해나갈 것인데, 이런 점이 어려울 것이지만, 이런 마음가짐으로 와주면 충분히 함께 일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라고 말씀해줬다.
내 답변은 ‘당연히! 기꺼이! 함께 일하겠습니다!’ 아니겠나!
(지금은 퇴사한 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