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면접: ‘나’는 누구인가
자기소개는 항상 가장 까다로운 질문이다. 질문을 받으면 지원동기 정도로 돌려 말하곤 하는데 그 역시 솔직한 답변은 아니다. 지금 회사보다 더 높은 연봉과 더 좋은 복지와 더 나은 경력을 쌓으러 왔다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왠지 결례인 것 같아 ‘비전에 공감한다’거나 ‘성장하는 산업에 합류’하고 싶다는 등의 일부만 진실인 말을 하게 된다.
자기소개가 까다로운 이유는 우리 대부분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사실 잘 모르기 때문은 아닐까. 두루뭉실하고 개념적인 대답은 상당히 모법답안처럼 느껴지고, 뭔가 있어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경험상 그런 말을 잘하는 사람은 경계해야 한다. 다들 자신만의 패턴을 가지고 있는 구라쟁이들이기 때문이다.
아, 다음 면접에는 도대체 또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벌써 걱정이다. 면접 때 그냥 이 책 한 권을 내밀기 위해 그 동안의 면접 에피소드를 모았다.
나도 모르는 나를 찾아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3가 끝나고 아이언맨의 죽음을 보며 영화관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내내 울었다. 2008년부터 시작된 11년간 상상력의 여정이 마무리 된다는 생각에 내 인생의 사분의 일도 함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시간이 되었음을 알았다랄까.
‘아이언맨’부터 ‘어벤저스: 엔드게임’까지 토니 스타크는 끊임없는 질문을 받으며 자신을 정의해나갔다. ‘내가 아이언맨임을 밝히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스스로의 고민은 물론, 항상 그에게 질문을 던지는 다른 이들에게도 자신을 정의해줘야 했다. ‘천재 과학자’, ‘독지가’, ‘플레이보이’ 등등.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에게도 자신에게 스스로 했던 질문을 그대로 던지며 그의 성장을 돕는다. 그 질문을 나 역시 끊임없이 되뇌고 있다.
‘가면을 벗으면 나는 누구인가’
직장인으로 살면서 내 명함에 파여있는 회사 이름에 따라 나의 ‘지위’나 ‘힘’이 결정되는 것을 자주 경험한다. 이것은 사회가 만들어 놓은, 위험에 대한 본능적인 시스템으로 어느 정도 효용성을 인정한다. 나도 한 사람의 직장 정보로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직장에 의해 어떤 부분이 과잉평가 되고 어떤 사람은 직장에 의해 어떤 부분이 과소평가 된다. 나도 내 이직 정보로 인해 어떤 불안감을 과도하게 제공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부분은 뒤에 다시 얘기하도록 하겠다.
면접을 보러 가는 길은 나도 다 파악하지 못한 나를 찾아가는 길이다. 면접을 앞두고는 어느 때보다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천성적으로 어떤 가면도 쓰기 싫어하는 터라 면접자리에서도 그에 걸맞은 가면을 쓰고 가지 못하고, 언제나 나라는 사람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노력한다. 커뮤니케이션 전공자답지 않게 매우 나이브한 생각이다. 그래도 내가 만난 수 많은 거짓말쟁이들과 구분하고 싶다.
자, 지금 다니는 직장의 가면을 벗으면 나는 누구일까, 지금 가고자 하는 직장의 가면을 쓰면 나는 또 누구일까? 민낯에도 당당해 보고자 노력해온 시간이 있으니, 가자! 또 다른 가면을 쓸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