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면접: ‘나’는 누구인가
내가 자격이 돼?
학부 시절부터 관심이 있던 회사에 교수님의 입사 추천이 들어왔다. 잘 알려진 회사였고, 학부 시절 방문해 본 경험도 있던 터라 지원하겠노라 했다. 마침 다니고 있던 회사의 연봉 협상 결과에 낙심한 터라 내미는 손을 후딱 잡았다.
그런데 그 후가 문제였다. 워낙 그 회사에 대해서 들은 것들이 많다 보니 존경하는(?) 마음이 너무 커져버린 것이다. 면접을 준비하는데 심장이 덜컹거려왔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내가 역량이 될까’, ‘추천해주신 교수님께 누가 되지 않을까’, ‘아놔, 영어 공부 더 해둘걸’, ‘진짜 내가 입사할 자격이 되는거냐고!’ 등등. 정말 잘 보이고 싶어서 이것저것 열심히 준비했다.
면접은 대표님이 평일에 시간이 안돼 토요일 오전으로 잡혔다. 정성스레 목욕재계 하고, 셔츠 다리고, 좋아하는 수트를 말끔하게 차려 입고 길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철컥철컥 회사에 가까워져 가는데 갑자기 심장이 요동을 쳤다. 한강을 건너면서 숨까지 가빠왔다. 안되겠다 싶어 그 회사에 다니고 있는 선배에게 전화를 했다.
“형, 나 지금 대표님 면접 가는데”
“그래 들었어, 잘 보고 와”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그 회사 갈 자격이 되나?”
“뭔 개소리야”
“아니, 내가 좀 더 영어 공부를 하고 가야 하지 않나? 아님 대학원이라도?”
“야, 약속이나 잘 지켜, 너 본다고 바쁜 시간 내셨는데 뭔 헛소리야”
“아니, 형네 회사 유학 다녀온 애들도 많다메?”
“아휴, 다 볼만 하니까 부른거야. 시끄럽고 최선을 다해. 그럼 돼”
“아니, 그래도 좀 마음이 무거운데?”
“야, 오늘 빵구내면 다음 기회도 없는거야. 그냥 잘 하고 와라. 응?”
“아니, 아, 그래”
그렇게 가슴에 돌덩어리를 얹고 면접자리에 들어갔다. 대표님께서는 매우 환대해주셨고, 꼼꼼히 이것저것 물어보신 후에 함께 일하자고 말씀해주셨다. 돌아갈 때는 엘리베이터까지 마중 나오시며 내가 술은 좀 하는지 물어보셨다.
“술은, 남들만큼 마십니다”
“민호기씨, 입사하시면 남들만큼 마신다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아시게 될 거에요. 허허허”
그렇게 그 회사에서의 생활이 시작됐다.
여러 회사를 다녀보니 자격을 못 갖춘 수 많은 사람이 본인의 역량보다 과분한 자리에 앉아 조직을 호령하는데, 나는 왜 항상 내 자격부터 고민하는지 모르겠다. 너무 양심적이야.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정말 어이없이 떨었던 것 같다. 그 형에게 전화하면서 이 생각만 가지고 있었어도 빠르게 안정을 찾았을텐데…
‘아, 이 형도 여기 다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