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면접: ‘나’는 누구인가
또 어디로 튀는 건 아닐지
다섯 번째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면접을 보러 갔는데, 상무님으로부터 예상했던 질문이 훅 들어왔다.
“리셋증후군 씨는, 사회 생활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여러 번 회사를 옮겼네요. 우리는 리셋증후군 씨가 와서 또 어디로 튀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됩니다”
당연히 물어볼 줄 알았던 질문에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면접 자리에 앉을 때까지도 도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특히 일반 조직에서는 보험 영업을 했던 사람들에게 선입견이 있기 때문에 면접이 더욱 어려울 거라는 주위의 격려(?)도 받은 상태였다.
여러분은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오는가?
‘요즘 세상에 이직 좀 해본 것이 흠입니까?’ 라고 할까?
‘이직 할만한 사정이 다 있었지 않겠습니까?’라고 할까?
‘대행사 진짜 힘들어서 못 다니겠습니다’라고 할까?
‘잘해주면 오래 다닐게요’라고 할까?
준비한 대답을 했다.
“네, 상무님, 왜 걱정하시는지 충분히 알 것 같습니다. 저도 제 이력서를 보면 같은 질문을 했을 것 같습니다. 이미 이직을 이렇게 해버려서 어떤 변명의 말씀을 드리기 보다는, 제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제가 그 동안 다닌 모든 회사의 대표님과 직원들과 여전히 제가 연락하며 친분을 여전히 쌓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이유로 같은 조직에서는 더 이상 함께 일하지 않지만 같이 즐겁게 일했던 경험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답변을 드리면 어떻겠습니까?”
상무님 표정을 보니 내 화려한 언변에 전혀 동요하지 않으시고 여전히 탐탁지 않아 하시는 것 같았다. 이런 난감한 상황을 살려준 건 함께 면접관으로 들어오신 팀장님이셨다.
“리셋증후군 씨, 저는 본인을 되게 잘 봤고요. 우리 회사 오시면 3년간 퇴사 금지입니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매우 큰 목소리로) “네!!!!!!!!!”
이렇게 합격했다.
그 후 지금까지 여러 번 퇴사했다. 최소 3년은 다녀야 한다는 약속은 지켰다. 많은 전직장 친구들과는 여전히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나이 들면서 점점 사람을 가리게 돼 내가 진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만 연락한다. 나이와 성향이 맞아 자주 연락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대체로 나와 1년에 한번 정도 연락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다. 워낙 퇴사를 많이 해서 모두 다 챙기지 못해 미안하다.
물론 그 시절 상무님께도 연락을 드린다. 퇴사하는 날 너무 서운해하셔서 죄송한 마음 가득이다.
그래서 만날 때마다 구박을 받는다.
나는 그게 그렇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