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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셋증후군 May 13. 2024

8. '그' 보다 조금 앞선 이야기

제2장 면접: ‘나’는 누구인가

‘또 어디로 튀는 건 아닐지’ 보다 조금 앞선 이야기


앞서 얘기한 상무님과의 면접에 들어가기까지도 에피소드가 있었다. 


그 당시 나는 보험사에서 화려한 영업 생활을 마치고 다시 홍보회사로 돌아와 영업에서 갈고 닦은 멘탈을 고객사를 위한 PR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초등학교 선배님이시자 광고대행사 인턴 시절 대리님이셨던 광고대행사 차장님에게 연락이 왔다. 


“리셋증후군, 너 요즘도 보험 파니? 우리 광고주가 사람 좀 찾는데 너 추천할까 해서” 

“네, 광고주면 거기요? 진짜 제가 아는 거기요? 거기 저 추천해주신다고요?” 


그렇게 이력서를 보내드리고 실무를 담당하시는 두 분과의 1차 면접 자리가 있었다. 캐주얼 하게 회사 근처 커피숍에서 한 시간여 대화를 나눴는데, 대행사에서 한껏 날카로워져 있던 나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나중에 함께 일하며 알게 되었지만 두 분 모두 광고를 너무나 사랑했고, 진지했고, 순수했고, 역량이 있는 분들이었다. 


그렇게 1차 면접 후에 두 분이 나를 추천해서 데리고 일하겠다고 하니, 인사팀에서 난리가 났다. 그렇게 사람을 채용하면 안되고, 정식 공고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에 드는 후보자를 찾았는데 그럴 것까지 있느냐’고 했지만 절대 안 된다고 해서 공고를 냈다. 1차 면접을 보고 분위기도 좋고 피드백도 좋아서 다음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데, 나도 그 공고를 보게 되었다. 


‘그래, 내게 이런 기회가 그냥 올 리 없지’ 


한참을 체념하고 있었는데, 2차 임원 면접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실제로 공고 낸 후에 이력서 수백 통이 왔다고 했다. 그 중에 국내 유수의 대학 출신들, 광고대행사 출신들도 있었고, 동문 선후배, 동기들도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이력서를 보고 눈이 가는 사람들도 다수 있어서 복수 후보자들 면접을 보자는 의견도 나왔단다. 그 당시 매우 현명하신 상무님께서 함께 일할 사람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냐고 하셔서 내 사수에게 물었는데, ‘민호기 씨와 함께 일하면 충분하다’고 해 혼자 면접을 보게 된 것이었다. 


어쩐지 면접 자리에 동석한 인사팀은 나에게 단 하나의 질문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여럿 불편하게 입사를 확정 지었다. 나중에 무리해서 나를 고집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여쭤봤다. 


한 분은 ‘그냥 느낌이 왔다’고만 간략하고 임팩트 있게 말씀해주셨다. 


또 한분은, 


“응, 성당에서 주일학교 교사더라? 이 업무가 큰 돈 다루는 일인데 그런 데서는 꼭 유혹이 생기거든, 주일학교 교사라면 휩쓸리지 않을 것 같았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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