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면접: ‘나’는 누구인가
IMC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말해주세요
합격한 곳은 아니지만 꽤 인상 깊은 면접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실무면접에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대답하던 중 ‘IMC’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말해달라는 질문을 받았다. 처음으로 받아본 마케팅 개념에 대한 나의 해석을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당시는 기업들이 앞다투어 소셜미디어 채널을 개설해 운영하던 때였다. 내가 면접 보는 팀도 ‘온라인 마케팅팀’이였다. 회사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고객과의 쌍방향 소통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 당시 회사에서 소셜미디어 운영에 대한 기획안도 만들었고, 스터디 모임도 이끌면서 준비하고 있던 터였다.
“네, 사실 IMC라는 단어는 꽤 오래 전부터 사용해 오고 있는 단어이지만, 제대로 그 개념을 이해하고 전개하는 기업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IMC는 아시다시피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인데요, 말 그대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통합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통합적으로 하다니까 광고 대행사를 중심으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하는 회사들은 광고할 매체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조금 먹히는 크리에이티브가 나오기라도 하면 ‘바리쳐서’ 여기저기 매체에 뿌려버리는 것이죠. 보통은 그렇게 여러 매체에 같은 광고물을 쫙 뿌려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IMC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저는 그것이 IMC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쳇말로 ‘돈지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광고대행사 밥 벌어 먹여주는 활동이고, 돈 많은 광고주들의 호사라고 생각합니다. IMC에서 가장 의미 있게 생각해볼 단어는 ‘Integrated’입니다. 형용사로 ‘통합적인’으로 해석하지만, 수동태로 ‘통합됐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누구에 의해서 통합됐을까요? 바로 시장 혹은 고객에 의해서 입니다. 그래서 IMC를 하려면 가장 먼저 우리의 고객에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고, 확인한 후에 그 곳에 커뮤니케이션을 집중해야 합니다.
지금 광고바닥에서 떠오르는 매체를 뭐든 잡아서 다 광고하지 말고, 우리 시장에 맞는 매체를 선별해야 합니다. 지금은 시청률, 열독률, 좋아요, 가입자 수 등을 기준으로 파악하겠지만 앞으로 데이터라는 것이 쌓이게 되면 그것에 기초해서 더욱 합리적으로 IMC를 할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실무면접에 면접관으로 들어온 차장님의 입이 주욱 찢어졌다. 내 대답에 대단히 만족한 듯 보였다. 기업의 특성상 상당히 보수적인 회사여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실무면접은 그렇게 잘 지나갔다. 다음은 마케팅 본부장인 상무님과 인사팀장이 함께 들어오는 임원면접이었다.
임원 면접은 집요하게 이직 횟수에 대한 문제만을 다뤘다. 면접자리를 주도한 것은 인사팀장이었다. 어떤 말을 해도 이직에 대한 해명이 되지 않았다. 사실 이직 횟수에 대한 문제는 내부에서 받아들일 문제이지 지금에서 내 이직 횟수를 줄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인사팀장은 입사하게 되면 어떤 직급을 원하는지 물었다.
“과장으로 입사하고 싶습니다”
“민호기 씨가 연차로 과장 초봉이 맞습니다. 그런데 우리 회사보다 자산 규모도 작은 회사들을 다녔는데 그 연차를 다 인정해줄 수도 없고요. 만약에 과장으로 오시면 내부에서 이것저것 꼬이고 난리가 날 겁니다. 정년도 길어지는 추세인데, 길게 보세요. 빨리 승진하면 뭐 합니까? 집에 일찍 가는 거지”
마음이 동요했다. 기분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래도 과장을 고집했다. 인사팀장은 난감한 표정이었고 고민하고 있었다. 마지막에는 내 이력서를 쭉 보더니 그 중에 한 회사를 짚어 ‘나 정도 되는 사람은 욕심내지 말고 그 회사를 계속 다녔어야 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불합격의 신호였다.
역시 불합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