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면접: ‘나’는 누구인가
그냥 내 면접은 봤다고 할게
혹시 이직을 할 때, 실무면접이든 임원면접이든 대표면접이든 스킵한다고 하면 ‘잘됐다’, ‘편하다’ 생각하지 말고 끝까지 고집해서 모든 채용 절차를 다 밟았으면 좋겠다. 경력이 낮을수록 그럴 가능성이 있는데, 채용할 때 정식 절차대로 하지 않는다면 그 상황을 이해해주지 말고 회사를 다시 고려해봐야 한다.
잘 알고 지내는 팀장님이 있던 회사로 이직을 하기로 했다. 팀장님은 가볍게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면접을 마쳤다.
“그냥 내 면접은 이것으로 봤다고 할게, 다음은 아마 부사장 면접일거야”
그렇게 부사장 면접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며칠 뒤에 다시 팀장님에게 연락이 왔다.
“부사장님이 팀에서 같이 일할 사람인데, 그냥 채용하라고 하시네, 곧 인사팀에서 연락 갈 거야”
나는 그냥 빨리 진행돼서 잘됐다고만 생각했다.
입사일이 정해지고 출근했다. 같은 팀 대리 두 명이 반갑게 맞아줬다. 홍보실장은 공석이었고, 같은 홍보실에 다른 팀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마지막에 부사장과 인사를 하는데 분위기가 왠지 쌔했다. 며칠 일해보니 부사장과 우리 팀 간의 갈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술 한번 찐하게 마시고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다. 골이 깊은 문제였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났는데, 공석이던 실장을 채용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실장 채용 면접 자리에서 독특한 질문을 부사장이 던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저희 쪽에 합류하시면 홍보팀 싹 다 내보내야 하는데, 하실 수 있겠어요?”
세상에는 이런 면접 질문도 있다.
그제서야 부사장이 내 면접을 보지 않은 이유를 알게 됐다. 철저히 팀장이 데려온 사람으로 묶어서 같이 없애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몇 개월이 더 지나고 ‘리셋증후군만 빼고 다 잘라버려야 한다’라고 말이 좀 바뀌긴 했지만, 이 곳은 내가 입사하기 전에 밖에서 그려본 직장생활은 아니었다.
홍보나 마케팅을 담당하는 주니어든 시니어든 무조건 정상적인 채용절차를 밟았으면 좋겠다. 가능하면 프로세스에 없더라도 대표면접까지 요구했으면 좋겠다. 우리 회사의 고객과 소통하는 마케터 그리고 언론, 정부, 시민사회와 소통하는 홍보담당자를 채용하는데 대표가 신경을 쓰지 않은 회사는 다시 고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