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셋증후군 May 13. 2024

12. 14년차 직장인의 지원동기란

제2장 면접: ‘나’는 누구인가

14년차 직장인의 지원동기란 


그들은 내게 기계적으로 ‘지원동기’를 물어보았다. 실무면접에서 면접관으로 들어온 그들도 홍보하는 사람이니까 말을 조심할 필요가 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정말 ‘기계적’으로 물어봤다. 딱 보기에도 나이가 비슷하거나 위아래 한두 살 차이 정도였는데, 본인 영어 이름 툭 던져주더니 ‘지원동기’를 물어봤다. 


그래, ‘지원동기’를 물어 볼 수 있다. 궁금하겠지. 다만 공손하고 정중하게 물어봐야지. 일을 하는 건지 면접 내용을 적는 건지 양해는 구했지만 노트북 펴고 앉아서 노트북 화면 쳐다보며 ‘지원동기’를 물어보면 좀 곤란하다. 이 정도면 예의가 없는 것이다. 


그 질문을 듣자마자 그냥 좀 웃겼다. 14년차 직장인에게 ‘지원동기’를 물어보는 것은 밥을 왜 먹는지 물어보는 것 정도의 질문 아닌가? 그들의 일은 엄청난 서류전형 경쟁을 뚫고 이 자리에 앉은 사람이 본인들이나 회사와 잘 맞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할만 해서 지원했고 본인들이 괜찮다 싶어 여기 앉아 있는데 이제 와서 ‘지원동기’를 왜 물어보는데? 


만약 그들이 ‘지원동기’를 묻지 않는다면 이런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 회사 당연히 이름 잘 알려져 있고, 비전 있고, 높은 샐러리에 좋은 복지 그리고 업무 경험을 쌓기 좋은 곳이니까 누구든 지원하는 것이 당연하지!’ 


반대로 ‘지원동기’를 물어보는 것의 의미는 아래 둘 중 하나다. 


1. (너 따위가) 왜 우리회사에 지원하셨나요? 

2. (여기 엄청 구린데) 왜 우리회사에 지원하셨나요? 


즉, 나를 무시하거나 본인 회사를 무시하는 것이다. 


내 경우는 1번이었던 것 같다. 면접하는 태도를 보아하니 홍보 제대로 못 배운 애들인 것 같았는데, 면접관이랍시고 앉아서 무의미한 질문 던지고 말꼬리 붙들고 늘어지는 모습이 상당히 불쾌했다. 면접 중인데도 속으로 ‘이 회사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어중이 떠중이 죄다 모여서 일하는 척 하고 앉아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후보자의 ‘지원동기’는 에둘러 물어봐야 한다. 연봉 때문인 것 같으면 기대 연봉을 물어보면서 우회적으로 물어보면 되고, 다른 업종에서 지원했다면 산업에 대한 관심이나 스스로 생각하는 발전 전망, 지금 현재 속해있는 산업에 대한 생각들을 물어보면 된다. 기업 문화나 조직 문화에 대한 이유가 있는 것 같으면 우리 회사의 문화를 설명하면서 본인이 적합한지 물어볼 수 있다. 


짬이 적당한 찬 사람에게 대뜸 ‘왜 지원했냐’고 물어보는 것은 한심한 행위다. 다음에 어떤 회사에서 나에게 ‘지원동기’를 물어보면 ‘지원동기를 묻는 이유’를 역으로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쏘아 붙여야겠다. 


“회사에서 필요한 인재를 뽑는다고 해서 서류를 냈더니 불러놓고, 이 자리에서 왜 지원했는지 물어보는 것이 어떤 의미 같아요? 사람 뽑는다길래 지원한 거잖아요. 뭐가 궁금한 거죠? 내가 돈 더 많이 줄 것 같아서 지원했다고 하면 떨어뜨릴 건가요? 홍보 잘 못하는 것 같아서 한 수 알려주러 왔다고 해볼까요? 이 질문 자체에 모범답안이 있나요? 내가 지원할 자격이 안돼 보여요? 그럼 여기 내가 왜 앉아 있죠? 혹시 회사가 구립니까? 말리고 싶어요? 솔직하게 구리면 구리다고 말해주세요. 면접 중단하고 나갈게요” 


진짜 한번 걸려라. 


작가의 이전글 11. 그냥 내 면접은 봤다고 할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