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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셋증후군 May 13. 2024

13. 지난 1년간 홍보활동을 평가해주신다면

제2장 면접: ‘나’는 누구인가

지난 1년간 홍보활동을 평가해주신다면 


면접자리에서 ‘지난 홍보 활동을 평가해달라’고 물어보면 당연히 칭찬하지 않겠나? 아닌가? 칭찬만 하면 나를 채용할 이유가 없어지나? 그래도 칭찬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답이 정해진 이 질문은 도대체 왜 물어보는지 모르겠다. 


난 항상 ‘당연함’을 거부하는 사람이므로 내게 이 질문이 들어왔을 때, 용비어천가를 해도 모자랄 판에 그들에게 이렇게 한마디 던졌다. 


“무난하던데요?” 

노트북만 쳐다보던 면접관의 시선이 드디어 나에게 꽂혔다. 


“무난하다는 것이 어떤 의미죠?” 

“말 그대로 ‘무난했다’는 의미입니다” 

“좀 더 말씀해주시죠” 

“지난 1년간 법 개정 기다리면서 정해진 메시지와 틀 안에서 곱게 홍보한 것 아닙니까? 그것만 해도 홍보 잘한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들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사실 내게 지금 홍보팀에서 하는 일을 좀 더 알려줬다면 더 좋은 피드백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언론홍보만 했는지, 광고까지 담당하는지, 회사 소셜미디어 담당한 것인지에 대해 알 수 없어 언론에 노출된 기사들을 바탕으로 솔직히 평가해드렸다. 


종종 면접자리에 가면 본인들의 홍보활동을 평가해달라고 한다.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다. 단순히 회사에 대한 관심을 확인하기 위해 물어볼 수도 있고, 후보자의 관점이나 생각의 폭을 확인해보려 물어보았을 수도 있다. 정답은 없다. 부정하면 기분 나빠하고 긍정하면 기분 좋아하지만 신뢰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체적으로 칭찬하고 살짝 더 잘할 수 있는 점 정도를 말하는 것이 모범답안일 텐데 그렇게 우리는 또 연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로 지금 다니는 회사의 홍보활동에 대해 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다. 내게 대놓고 ‘그것밖에 못했냐’고 말한 분도 있다. 이것도 꽤 특이한 경험이었는데 당시 그 말을 듣고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욱했으면 ‘너희들은 어떤 줄 알아?’하면 치받았을 텐데, 그럴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그것에 대한 답변을 조곤조곤 해드렸다. 설명해봤자 이미 부정적으로 생각하는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본인이 그렇다는데. 


그러니까 홍보활동에 대해서 평가해달라는 질문을 면접자에게 하지 말던가, 구체적으로 질문의 의도와 목적을 정하고 했으면 좋겠다. 이 자리가 어쨌든 앞으로 홍보활동 좀 더 잘해보자고 사람 뽑는 건데, 회사의 현재 상황을 충분히 드러내고 후보자가 맞는 사람인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 


그래서 보통 나는 먼저 ‘채용이유’를 물어본다. 그럼 좀 더 수월하게 면접을 진행할 수 있다. 그리고 나도 이 회사가 내게 적합한지 아닌지 빨리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질문을 한다고 면접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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