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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셋증후군 May 19. 2024

5. 넌 또 안될 거야

제3장 자기소개서(1) 경험중심으로 기술

넌 또 안될 거야 


내 이직에 대해 부정적인 얘길 던지는 선배들이 많았다. 주로 본인들도 윗사람 누군가에게 들었을 법한 ‘최소 3년’은 다녀야 한다는 법칙을 나에게도 설파했다. ‘최소 3년’ 법칙은 너무 지겹게 들어서 도대체 어디서 나온 얘기인지 찾아보기도 했다. 


내가 가장 유력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것이다. 일본 속담에 ‘돌 위에서도 3년(石の上にも三年)’이라는 말이 있다. 차가운 돌 위에서도 3년이 지나면 따듯해진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그냥 ‘참고 견디라’는 의미다. 


내가 알기로 적어도 386세대와 밀레니얼세대 사이에 껴버린 우리 세대는 참고 견디는 세대가 아니다. 참고 견딘다는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일에 대한 끈기를 이야기 할 수 있다. 또 부정한 방법, 비윤리적인 일, 부당한 것들을 바꾸려 노력하지 않고 그냥 참는다는 의미도 있다. 


우리는 성과가 나지 않은 일을 하면 미쳐버리는 세대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끈기를 언급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또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는 세대다. 내가 퇴사를 결심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잘못을 잘못이라고 인식조차 못하는 선배들 때문이다. 


내 이직을 탐탁잖아 하는 그들이 나에게 말했다. 

“넌 여기서 도망치니까 다음에도 또 실패할거야” 

“넌 사회 적응 못하는구나” 

“그렇게 자주 옮기면 안 좋을 텐데” 

“성격 좀 고쳐라, 다 네 성격 때문이지” 

“쟤는 원래 옮겨 다니는 애야” 


이런 격려 속에 15년간 쉬지 않고 달려왔다. 다행히 양심을 지켰고, 이 일을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도 간직하고 있다. 연차가 쌓이다 보니, 같은 일을 하는 후배에 대한 책임감도 생긴다. 아직 성공하지도 않았고, 유명하지도 않았지만 그다지 비굴하지 않게 일을 해오고 있다. 


영혼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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