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자기소개서(1) 경험중심으로 기술
잡일은 세금 같은 것
광고담당자로 일할 때 가자 중요한 일은 예산을 관리하는 엑셀시트를 만들고, 청약한 내용대로 광고가 집행됐는지 확인하고, 제대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는지 확인하고, 비용을 처리하는 일이었다. 워낙 금액이 큰 터라 광고비 계정 과목이라고 잘못 입력하면 해당 브랜드 손익이 엉망이 되었다. 그래서 매달 마지막 주는 세금계산서를 처리하느라 매우 민감한 기간이었다.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만 회계처리를 위해서는 하나하나 출력해서 오리고, 다시 또 양식에 붙여 복사한 다음, 그 종이 위에 스테이플러로 오려놓은 세금계산서를 붙이고 그 뒤에 증빙 서류를 풀칠해 붙여야 했다. 세금계산서는 적게는 월 50개, 광고비를 많이 쓴 달이면 100개 이상 처리했다.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했지만 비용처리를 위해서 다시 출력해야 한다니, 얼핏 듣기에도 불편하다. 내 사수는 항상 이 부분을 개선하려고 건의했지만 회사 시스템이 바뀌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루는 사수가 내게 물었다.
“리셋증후군아, 세금계산서 처리하는 거 힘들지? 빨리 프로세스가 개선돼야 할 텐데”
“네, 뭐 불편하긴 해도 저는 그냥, 제가 좋아하는 광고일 담당하는데 이 정도는 세금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오! 나랑 똑같네! 나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잡일을 얼마나 해야 할까? 누구는 80:20을 이야기한다. 80%는 잡일이고 나머지 20%만이 내가 추구하는 우아한 일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일을 해보면 우아한 일은 그 비율보다 낮은 것 같다. 10% 이하일 수도 있다. 영향력이 큰 일의 잡일 비율은 더 높아질 수도 있다.
그래서 반대로 잡일을 나서서 하면 중요한 일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잡일을 했고, 할 줄 알기 때문에 중요한 일을 잘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이치다. 직업관을 세울 때 잡일은 내가 하고 싶은 그 우아한 일을 위한 세금이라는 생각을 해내서 다행이다. 그리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수 밑에서 일했다는 것도 정말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