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셋증후군 May 19. 2024

9. 홍보실다움이 20% 줄었어요

제3장 자기소개서(1) 경험중심으로 기술

홍보실다움이 20% 줄었어요 


퇴사를 한 회사에서 의외로 가장 먼저 연락이 오고 만나게 된 것은 옆 파트 후배였다. 나이가 좀 있는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후배는 눈 빛도 날카롭고, 조직 생활도 곧 잘 하고, 일 머리도 좋았다. 사회생활 5,6년차 즈음 대기업에서 대리 정도 되면 후배들이 늘어나는 것이 못내 불편하다. 나는 그 동안 허드렛일만 하느라 머리가 굳어가는데 파릇파릇하고 궁금증이 넘쳐나는 후배들이 상당히 위협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맡은 업무도 크게 차이가 없어서 알려줄 내용도 별로 없고, 여하튼 생각이 복잡해진다. 


내게 연락 준 후배도 상당히 자극되는 녀석이었다. 스스로 회사에서 뇌가 다 썩어가고 있다고 느낄 무렵 이 후배와 대화를 하면 확실히 내 뇌가 썩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밖에서 만난 그 후배와 이러저러한 얘길 나누다가 꽤 기분 좋은 얘길 들었다. 


“대리님, 대리님 퇴사하고 홍보실다움이 20% 줄었어요” 


항상 내가 있는 회사나 팀, 조직이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 당시는 대리였으니 무엇인가를 주도하기 보다는 정보를 공유하거나 홍보, 광고, 마케팅, 제품 개발, 미디어 변화 등에 대한 소소한 의견들을 홍보실 구성원들과 나누고자 노력했다. 이런 활동들은 누군가에 잘 보이기 위해서나 KPI로 정해진 업무가 아니었기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일은 아니지만 일을 하기 위해 중요한 일들, 이런 것들을 도맡는 것도 PR하는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워크샵 프로그램도 도맡아 짜기도 했는데, 자그마한 게임을 하더라도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았다. 예를 들면,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우리 조직이 커뮤니케이션에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 싶어서 ‘이구동성’이나 ‘세탁기 게임’ 그리고 게임 이름은 모르겠지만 한 사람이 그림을 말로 설명해주면 나머지는 그대로 그려보는 게임을 했다. 


이구동성은 네 글자로 된 글자를 네 명이 동시에 한 글자씩 외치면 맞추는 게임이고, 세탁기 게임은 탈수 후에 세탁물이 꼬여 있는 옛날 세탁기처럼 서로 엉켜 서있는 사람들끼리 손을 잡을 채 둥그런 원으로 풀어보는 게임이다. 한번은 대화를 하지 않고 풀고, 한번은 대화를 하며 푸는데 그 차이가 꽤 많이 난다. 


홍보실에서 퇴사한 이후에는 이렇게 내가 속한 조직을 위해 뭔가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런 분위기도 아니었고, 과장, 차장 정도 되니 윗사람의 질투나 견제도 있었던 것 같다. 그때 순수하게 함께 성장하고 직장에서의 생활이 즐거웠으면 하는 마음에 이런저런 노력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작가의 이전글 8. 이건 너 잘되는 거잖아, 안 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