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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eun Min Dec 17. 2021

Chapter 11. 도서관이 말하는
모야의 의미

어느덧 1년의 시간을 채워가는 모야를 돌아보며 

어느덧 1년, 모야의 안부를 묻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어느덧 전국에 조성된 모야가 16개에 이르고, 많은 모야가 오픈한지 '벌써 1년'이 되어가던 올해의 가을, 전국의 모야를 하나씩 돌아보면서 공간을 운영하고 계신 도서관 분들을 만나뵙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찾아간 곳은 모두 동일한 모야였지만, 도서관의 모양과 색깔에 따라 신기하게도 모두 제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답니다. 그간 코로나라는 폭풍을 가로지르며 작은손*들을 만나기 위해 힘써주신 전국의 도서관 스탭 분들과 특히 모야에서 직접 만나는 오른손*들이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어려움은 없는지, 작은손들의 작업은 재미있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야 운영에 대한 소감을 고루 들어보며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았어요. 

제천 기적의 도서관, 금천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에서의 대화 (2021.11)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자리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며 모든 도서관에 공통적으로 드렸던 질문이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모야는 어떤 의미인가요?'하는 것이었습니다. 모야가 도서관에 있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의미가 있다면 어떤 점에서 그런 것일지, 도서관 안의 작업실을 만들어가는 입장에서는 무척 궁금했던 대답이기도 합니다. 전국 모야 일주를 마치며, 도서관 분들의 말을 빌어 '도서관이 말하는 모야의 의미'에 대해 정리해봅니다. 


도서관 속 모야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도서관에 활력을 주는 공간   


많은 도서관에서 말씀해주신 모야의 첫번째 의미는 '모야가 도서관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시도, 공간, 콘텐츠, 사람이 들어오면서 도서관에 활기가 생긴 모습을 느낄 수 있었지요. 코로나로 운영이 어렵기도 한 상황이지만 모야가 입소문이 나면서 이전에 오지 않던 새로운 유입층이 생겨나고, 지역 내에서 꾸준히 좋은 반응이 나오며 도서관을 알리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어요. 

대구 그나라도서관, 울산 양정작은도서관 '달팽이' 속 모야의 모습들
"도서관 연차로 만 3년 후 모야를 시작했어요. 이전에는 아이들 면면이 많이 바뀌지는 않았고 활발하게 수시로 들락거리는 건 아니었는데, 지금은 모르는 어린이들이 많이 오고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작은도서관 이용자가 많이 증가할 수 없는 여건인데 모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엄마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어요. 단 1년 사이에 도서관이 이 곳에 있다는 걸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것 같아, 모야가 도서관에 고마운 존재이죠." - 대구 그나라도서관 
"모야는 도서관의 활력이죠. 책 읽는 것은 물론 재미있지만 한편 매너리즘이 생길 수도 있는데, 도서관 안에 이런 새로운 만들기 공간이 있는 게 큰 활력이 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해요."
- 울산 양정작은도서관 '달팽이'  



어린이들의 제3의 공간 

 

두번째로 거의 모든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말씀해주신 부분은, 지역 내에서 어린이가 갈 만한 공간의 선택지가 없고, 특히 창작과 작업할 수 있는 공공공간이 부재한 상황에서 모야는 어린이들이 모일 수 있는 구심점이 되어준다는 점입니다. 특히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에서 허브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어린이가 자주 올 수 있는 제3의 공간이 되려면 무엇보다 부모님들이 신뢰할 만한 공간이어야 하고, 때로 공존 가능한 공간이어야 하는데 그런 지점에서 도서관 안에 모야가 있다는 것이 의미가 깊다고도 하셨습니다. 


"이런 공간, 시스템이 있는 도서관이 진주에 유일무이하다고 생각해요. 모야가 이 곳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갈 만한 선택지가 없다는 것 때문이죠. 아이들이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선택의 유무는 아이들의 자유이지만, 선택지를 다양하게 만드는 것은 도서관의 역할이자 모야의 역할인 것 같아요."
- 진주 마하어린이도서관  
어린이들의 작은 교류공간이 되어주는 모야 (대구 마을도서관 '햇빛따라', 진주 마하어린이도서관)
"도서관이 위치한 동네가 문화혜택에서 다른 지역보다 소외된 편이에요. 지역의 거주 연령대가 높고 어린이들 놀이터도 멀리 있고요. 모야가 여기 있어서 그나마 만나서 창작활동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거죠. 또, 주변에 엄마 입장에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곳이 없기도 해서 아이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는 소중한 선물 같은 공간이에요. 큰 스케일의 작업이 일어나지 못하더라도 작은 사회활동, 교류활동이 일어나는 곳이라 몰랐던 다른 학교 아이들이 만나 친구가 되고 그런 의미가 있죠." - 대구 마을도서관 '햇빛따라'


또 어린이의 성장 차원에서 '제3의 공간'으로서 모야에 대해 정말 많은 말씀을 들었답니다. '평소에 가졌던 모습을 달리 해볼 수 있는 공간,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어린이들만의 사랑방, 어린이들의 자율성과 실행력이 커지는 곳, 실패하고 시도하면서 사고가 넓혀져 가는 곳, 어린이들이 애정과 자부심, 즐거움을 느끼는 공간, 새로운 만남이 일어나는 교류공간' 등등이요. 



도서관의 가능성 확장 


세번째는, 도서관의 의미와 가능성이 확장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관장님들도 사서님들과 오른손 모두 '도서관에서 반드시 책을 읽지 않아도 괜찮구나' 하는 발견을 해가신다고 해요. 모두에게 책이 첫번째가 아닐 수 있다는 것. 그럼에도 편히 머물 수 있는 공간, 어린이 성장 기반의 여러 통로를 제공하는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의 모습으로 진화하는 데에 모야가 하나의 길이 되어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야 공간에서 작업물이 책과 자연스럽게 넘나들게 되기도 하고, 작업 속에서 책이라는 콘텐츠가 구체화되고 실현이 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서가와 경계가 없는 모야의 모습 (서천 여우네 도서관)
"어쩌면 책 밖에 없는 공간은 어린이들에게 큰 매력이 없을 것 같아요. 책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은 소수일 수 있고 어릴 때부터 그런 습관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친구들과의 놀거리를 찾는 어린이들이 자기가 노는 곳이 책에 둘러쌓여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면 이후에도 책이 낯설지 않게 되니까... 위압감이 없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서천 여우네 도서관 
"어린이가 대상인 도서관은 어린이 성장의 조건을 여러가지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죠. 책이라는 게 세상을 마주하게 하는 자기 성장 기반이자 영양분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꼭 책만 강요할 수도 없고, 책으로만 성장하는 게 아니죠. 책은 책 대로, 작업은 작업대로 통로가 되어줍니다. 이것을 이용자들도 이해하고 있고 매력을 느끼고 있어요." - 제천 기적의 도서관 


도서관에서 어린이(이용자)를 더 알아가는 기회 

  

마지막으로, 도서관의 입장에서 모야는 어린이 이용자들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이용자들에 대한 이해도가 향상될 수 있는 것이죠. 


"그냥 도서관이용하는 친구였는데 작업을 하면서 아이들의 못보던 모습을 새롭게 알아가는 기회가 되었어요. 좀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죠." - 광진 아차산아래작은도서관 '놀자'


"아이들과 더 친밀해진다고 할까요. 그 전에는 아이들이 오면 책 뭐 있어요? 하거나 말없이 그냥 놀러 2층에 올라가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모야방에 들어가도 돼요?로 시작을 하죠. 아이들과 대화도 더 많아졌어요. '책 찾아봐줄게' 하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만들기 속에서 대화가 다양해지죠. 아이들을 칭찬해줄 수 있는 포인트, 소통 포인트가 많아졌어요." - 금천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단골 작은손의 작업물을 꼼꼼히 관찰하고 기록하는 아차산아래작은도서관 '놀자'


작업이라는 과정을 통해 어린이들과 한결 가까워지고 있다는 도서관의 이야기를 들으니, 어린이의 작업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관심사를 확인하며 깊게 대화나누는 것은 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이 어떤 책을 집어드는지를 관찰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할 수 있겠다는 영감을 안겨줍니다. 어쩌면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콘텐츠' 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인 어린이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 역시 중요하게 여겨지는 장면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도서관 속 숨은 모야의 이야기를 들으며, 도서관이 어린이가 성장해갈 수 있는 마음의 거점이 되고 모야가 그 속에서 반짝이는 역할을 더욱 잘 해갈 수 있기를 희망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모야의 모험과 여정을 잘 지켜봐주세요! 도서관 속 모야의 의미는 여기까지 전하며, 이어서는 모야의 숨은 주역, '오른손'을 소개하는 인터뷰 시리즈가 곧 공개될 예정입니다! 




글. 민지은 (도서문화재단 씨앗 모야 프로젝트 매니저) 




*모야에서는 작업하는 어린이를 '작은손'이라고 부릅니다.

*모야에서는 작업실의 운영자를 '오른손'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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