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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민희 Apr 21. 2023

딸기 잎 닮은 척하는 풀을 보며

풀을 보며 자연을 알아간다

우리 집 뜰에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목적으로 한 작물들이 자라고 있답니다.

가을에 심어둔 재래종 배추와 시금치 양파 상추 실파 두메부추 부추 달래 완두 자운영까지 

이 작물들 덕에 땅이 초록색 옷을 입고 있으니 땅이 덜 삭막하게 보이고 

나무들도 여러 익충과 살게 되면서 병든 소나무가 병이 낫는 신기한 일(?)도 있었어요~ 

(이건 나중에 차차 설명해 볼게요~)


▼오늘은 제 딸기 방을 보며 느낀 점을 짤막하게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우리 집 뜰에는 많은 푸성귀들이 자라요~

원종 딸기 방 구역입니다.

갈퀴랑 방을 나눠 쓰고 있어요.

딸기가 아닌 데 심어져 있는 것이 갈퀴랍니다. 

(교육장에서 받은 씨앗이 이렇게나 번졌어요!)

갈퀴는 녹비작물이라서 땅을 기름지기 해주는 역할을 해서 

딸기랑 같이 키우고 있거든요~^0^~ 


원종 딸기

딸기 잎이 참 싱싱해 보이지 않나요? 

그동안은 몰랐는데 풀빛이 이렇게 싱그러운 지를요~ 

잎의 색도 시간 순차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져요.

처음 나는 잎이나 순은 연둣빛에 가깝고 시간이 흘러 

튼튼해지면 초록빛으로 진해진답니다. 


원종 딸기

딸기 꽃이 올망졸망 핀 게 귀여워요~ 

원종 딸기 꽃 1

이 딸기 꽃은 아직 수분하기 전의 모습이라서

꽃 수술들이 맑은 노란색을 띠고 있는데~


원종 딸기 수정 2

벌이나 나비가 꿀을 얻으러 왔다 가면 

수정되면서 꽃 암 수술들이 색이 변하기 시작해요.  

원종 딸기 꽃 수정 3

이제 꽃잎이 떨어지면 열매가 될 거예요- 

원종 딸기

딸기는  줄기로도 번식이 가능한데 

이 잎은 열매가 떨어진 자리에 씨앗이 자라 싹이 트고 잎이 된 거 같아요~ 


 ▼딸기 잎 옆에 딸기와 닮은 녀석이 보여요~

자생초

바로 자생초(스스로 잘 자라는 풀 ;사람이 심지 않은 풀 ;또 다른 말로 잡초)예요. 

자생초가 살기 위해 나름의 생존 전략을 쓸 때가 있는데요,

사람이 심은 주작물과 비슷하게 보이려고 식물이 때론 가면을 써요. 

신기한 게 꼭 딸기를 심은 땅 주변에 이 녀석이 자라거든요-


딸기 잎 (왼쪽) / 딸기 잎 닮은 척하는 풀 (오른쪽)

처음에는 딸기로 착각해서 놔두었다가 자라는 생태를 보니

딸기가 아니어서 - 뽑아줬어요~ 


자생초 (딸기 잎인 척하는 풀)

식물이 말을 못 해 표현할 줄 못할 뿐이지 식물들의 지능은 꽤 높아요. 

그건 작물이든 잡초라 불리는 불쌍한 풀도요!

사람이 식물의 영역을 구분해서 그렇지 

많은 식물들은 나름의 생존 전략을 갖고 살아가는 것을 보면

나보다 현명하고 똑똑해 보여요~  

변장술에도 능하고요~


▼모종을 사다 심은 딸기 시중 품종이에요-

시중 모종으로 산 딸기 품종

원종보다는 조생종같이  꽃도 빨리 피고 열매도 빨리 맺기 시작해요.

꽃 크기와 열매가 원종보다 조금 크지만

시중 모종으로 산 딸기 품종

맛은 원종보다 훨씬 덜 진하고 덜 달아요~

개량과 자연 그대로의 차이랄까요~ 

그래도 하우스에서 화학물 먹고 자란 

딸기보다는 소중하답니다~


# 딸기밭을 보며 왜 굳이 어렵게 시설을 지어 딸기를 생산하는 걸까란 생각이 듭니다. 그것도 수 억 빚을 내고 자유롭지 못한 생활을 하면서요~ 다른 분야의 정부 지원금은 말뜻 그대로 창작이나 개인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농업 분야는 그 성질이 다릅니다. 단어만 지원금이지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출금이지요. 예전에는 1억 -> 3억 -> 요즘에는 5억이나 지원해 빌려준다고 합니다. (저금리 10년 거치 후 상환... ) 예로부터 나라에 정의롭지 못한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나섰던 사람들이 농부라고 배웠어요.  동학농민운동 같은... 그런데 지금 현실은 삶에 치이고 대출금에 메여 있으니 나랏일은 관심 쏟기가 어렵죠. 인간 삶의 영역이 자연 생태와 어우러지게 되면 본인도 모르게 생각의 확장이 생겨납니다. 종전에 보지 못하던 것을 보고 스스로 깨우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어요. 제가 아직 실력이 부족해 글로서 표현이 잘되지 않는데,  폭넓은 지혜 같은 것이라 하면 맞을까요. (우리 선인들 보면 누군가에게 배우지 않고도 지혜를 쌓고 익히잖아요.)


식물들은 알고 있어요. 좋지도 않은 화학물 약제를 먹여 빨리 키워 내다팔아 부자 되려는 사람의 심리를 알고 자랐으니까요.  그 식물 속에 담고 있는 물질을 먹는 사람 몸 속에는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다만 먹는 사람은 모릅니다.  작물 품종 개량도 인위적인 방식이 아닌 자연 생태를 거스르지 않고 재래종이나 원종의 우수성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자연에게도 사람에게도 좋은 일일 텐데, 세상은 자본의 흐름대로 가려니 문제가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원종 딸기는 잘 관리하면 한 해에 3번이나 열매를 맺는데~) 자연 생태에 맞춰 땅에서 자라게 하는 게 그리도 어려운 일인 걸까요. 식물이 땅에서 자랄 수 있는 권리를 우리들이 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네모난 상자에 갇혀 지내는 작물들이 불쌍해 보이거든요, 마치 자유를 잃은 이들 같아 보여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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