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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민희 Jul 09. 2022

허준과 민족 의학의 뿌리

그의 스승은 누구인가?

한의학의 보물서적인 <동의보감>은 우리 민족 의학으로서 명실상부해야 하지만 왠지 현대의술에 밀려난 것처럼 보여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동의보감은 동쪽 나라 동이족의 의로운 정보들을 모은 책이지만 우리는 책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한의학의 대가 허준, 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누구일까?


허준의 스승을 묻는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81%가 유의태를 허준의 스승으로 답했고, 특히 고학력자일수록 이런 답변이 많았다고 한다. 허준과 유의태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아니다. 허준이 경상도 명의 유의태에게 의학을 배웠다고 나오나,유의태는 허구 인물로서 어디까지나 소설과 드라마 이야기일 뿐이다. 애초에 유의태라는 사람은 가공인물이고, 그 가상 인물이 된 유의태라는 인물은 한참 뒤(150년 후 숙종)의 실존 인물이기는 하다. 


허준이 어디서 어떻게 의학을 배웠는지에 대한 기록이 정확하지 않지만 허준의 스승은 손곡 이달로 추정하기도 한다. 허준은 서얼 출신이었기 때문에 높은 관직에 나갈 수 없었다. 그러한 아픔을 담은 책이 허균의 <홍길동전>이다. 허균과 허준은 11촌 간으로 자주 왕래하여 친분을 쌓은 사이이다. 허균의 스승은 두 명이었는데 문인 류성룡과 손곡 이달이었다. 허준은 허균을 통해 손곡 이달을 알게 되었고, 그에게 학문적 지식과 의술의 기술을 전수받았다. 당시 의술은 천한 신분을 가진 사람이 하는 일이었기에 손곡 이달은 양반가 출신으로 의술이 있어도 직접 치료할 수 없었다. 그는 여러 방면으로 다재다능하여 제자 허준에게 식물과 약재에 관한 지식을 전수해주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하는 사실은 허준은 침술을 배우지 않고 한약재, 즉 약의에 대한 기술만 쌓았다는 점이다. <조선왕조실록>에 선조가 병이 나자 허준이 치료하는 과정에서 자신은 침을 놓을 줄 모르니 다른 어의를 불러달라 요청하는 대목이 있다. 조선 시대 불세출의 명의인 허준 마저도 침이라면 허임에게 꼬리를 내렸다. 허임은 <침구경험방>이라는 책을 편찬하고 일본, 중국도 인정하는 조선 시대 최고의 침의였다. 나이를 보더라도 허준의 나이 58세, 허임의 나이 34세 불과한 점에 비추어 보면 대단한 칭송이 아닐 수 없다. 허임은 천민 출신으로 어깨너머로 침술을 배웠으며, 뜸 의술 또한 명성이 높았다고 한다. 허준과 허임은 동시대에 사람들로서 선조와 광해군의 어의를 했다. 허임이 허준보다 덜 유명한 것은 허임의 끝이 좋지 않아서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은 동의보감은 조선 왕실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편찬되었단 점이다. 동의보감은 허준의 단독저작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공동 작업으로 당대 여러 명의들이 왕실 서고와 민간에 떠돌던 수많은 의서들을 참고하여 제대로 된 것을 추려내고 자신의 의학관과 경험을 첨가하여 작업한 것이다. 오늘날 허준의 단독저작인 양 취급 받는 것은 전란으로 어의들이 모두 흩어지며 중지된 작업을 전쟁 후 허준이 마무리한 덕이다. 


허준의 스승을 찾는 것은 단순한 지적 호기심의 발동이 아니다. 허준의 스승이 누구인지를 확인함으로써 우리는 한국 의학의 특징과 <동의보감>에 녹아 있는 민족 의학의 뿌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허준이 동의보감 서적의 출처를 명확히 밝히고, 자신이 어떠한 스승승로 부터 배웠는지를 기록으로 남겼다면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책의 명성을 알리고 오래도록 동양의학의 뿌리가 되어 영원토록 사랑받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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