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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민희 Jan 29. 2022

간섭만 없으면 스스로 복원하는 놀라운 한반도 생태계


공중이란 말은 만물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공중에 있는 공기를 누 가 간섭할 수 있을까? 그런 공간임에도 우리는 다 아는 것처럼, 내 것인 양 소유한 것처럼 여긴다. 자연을 다 아는 것처럼 여기는 것은 매우 오만한 생각이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곳의 오염에는 관심을 갖지만 흙 생태에 대해서 는 둔감하다. 흙의 오염은 물이나 공기의 오염과 달리 치유가 매우 힘들 다. 토양이 만들어지는 속도는 매우 느려서 1cm 두께가 만들어지는 데 무려 수십 년에서 수백 년까지 걸린다. 좋은 흙은 물을 여과시켜 질이 좋 은 지하수를 만들고, 좋은 땅에서는 여러 가지 이로운 미생물들이 번식 해서 사람들에게 건강한 삶의 터전을 만들어 준다. 좋은 땅이란 늘 깨끗 한 공기를 받아들이고 땅속 미생물들이 호흡하고 내놓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미생물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땅에 자라는 식물의 자양분이 된다. 땅을 갈아엎는 것은 오존층을 파괴하는 휘발성 물질과 미세먼지를 발생시키지만, 땅을 갈지 않고 농사를 하면 식물은 미생물 분비물과 시체가 내놓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산소를 방출한다. 이러한 생태 원리를 이해하고 다작물 작부체계를 이용하여 4계절 내 내 땅에 작물을 심고 키우는 것은, 곧 우리 생태 환경을 맑게 하고 우리의 건강한 터전을 지키는 일이다.   

       

식물의 생명력은 동물과 사람 못지않게 치열하다. 더 나아가 자연 생 태계도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한 생존경쟁 또한 사뭇 치열하다. 식물은 날씨가 가물면 직근이 발달하고 물이 많으면 뿌리보다는 줄기가 옆으로 자란다. 직근은 물을 찾아 깊이 뿌리내리고 토양 속에 있는 먹이를 찾아 자유자재로 뿌리를 발달시킨다. 빛이 부족하면 조금이라도 빛을 더 받 기 위해 줄기가 햇빛 강한 쪽으로 기울든가 잎 크기나 키를 크게 키우기 도 한다. 3년 가뭄에도 씨앗은 남는다는 말처럼 식물은 주는 것만 받아 먹다가 시들지 않는다. 자신을 지키고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해 애면글면 부지런을 피운다.     


한반도에 있는 생명체는 작은 것 하나라도 멀리 외국에 있는 것과는 다르다. 오래전 한때 외래종 황소개구리 번식력에 한반도 생태계가 위협 받는다며 언론, 학계에서 떠들썩했던 일이 있다. 황소개구리의 천적은 두꺼비, 뱀이라고 주장하며 말 많고 기록 잘하는 학자들은 어느새 황소 개구리를 생물도감에 올려놓고 있다. 그러다 황소개구리가 다 없어지고 나면 역사에 존재했던 생물이라고 할 것인가? 황소개구리의 천적은 거머리이다. 거머리 덕에 황소개구리는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다. 자연의 생태계는 감히 사람의 판단으로 가늠할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돈의 위력이 커지고, 돈도 어떤 돈인가에 따라 세력이 커 지기도 하며 그 힘은 자연을 파괴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농업에서도 교묘하게 포장되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반전의 시 점을 놓치면 우리 농업은 늪으로 끌려 들어가는 여우 꼴이 될 수 있다. 한반도는 사람의 지나친 간섭만 없애도 자연적으로 조절되는 기이한 곳 이다. 소나무 즙액을 빨아 먹어 소나무를 재선충의 늪으로 빠지게 하는 솔잎혹파리, 물고기가 물고기를 잡아먹는 민물고기인 블루길, 황소개구 리 등은 여기에 토착하지 못한다. 사람이 자연에 간여한다면 열대 달팽 이도 오리도 한반도 생태 환경을 망칠 수 있다. 특히나 사람이 만든 오리 품종은 알만 낳는 기능밖에 못 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오리농법이라 하여 오리가 풀(자생초)을 뜯어 먹어 농약을 사용하지 않 는 농법이라 하지만 오리의 입장에서 볼 때, 자생초와 벼는 똑같이 풀이 다. 오리는 그것들을 구분하여 먹지 못한다. 오히려 오리가 논을 휘젓고 다니며 흙의 앙금을 가라앉히고, 토양의 지층을 만듦으로써 흙을 죽이 는 것을 넘어 생태계 파괴를 돕는다. 좋은 흙이란 직배수가 잘 되어 물이 지하에까지 잘 스며 들어야 한다. 하지만 흙에 앙금이 생기면 직배수가 안 된다.               


유럽이나 서부의 동식물은 한반도의 생태계를 파괴하지만 반대로 한 국산 민물장어는 미국에서 블루길을 멸종위기까지 몰고 갈 수 있다. 그 러나 한국에서는 생태계의 근원인 흐르는 물을 콘크리트 보로 막고 둑 을 높이는 사이 이 땅에선 민물 장어가 사라져 간다. 한반도가 병들어 가는 사이 한국토양 망가졌다고 미국으로 항의 간 으악새*가 통곡하고, 한국산 가물치, 미더덕 역시 다른 나라에서 서서히 아니면 급속히 그 나 라를 잠식할 만큼 한반도 동식물의 생명력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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