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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민희 Jul 09. 2022

생태를 이해하면 작물 관리가 쉽다

작물을 재배할 때 해당 작물의 생태 원리를 이해하면 더 효율적으 로 키우고 관리 할 수 있다. 작물의 씨앗이 싹트는 조건은 산소, 물, 온 도이다. 그에 반해 풀(자생초)이 싹트 는 조건은 빛, 물, 온도이다. 차이 점은 산소와 빛이다. 무농약 농법인 태평농에서는 풀(자생초) 관리에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빛을 차단해주는 것이다. 쉽게 빛을 차단하는 방 법은 갑바 또는 통풍이 잘되는 검정 부직포 사용이다. 갑바는 일년생 작물을 심을 땅에 난 풀(자생초) 위에 덮어 빛을 차단함으로써 풀이 땅 을 덮게 만든다. 일년생 작물을 바로 땅에 심지 않고 이렇게 죽은 풀(자 생초)이 덮인 상태에서 심으면 풀과의 경합에서 치이지 않으며 통기성이 좋아지고 수분을 머금고 있어서 작물이 더 잘 자라게 된다.     


작물의 생태를 이해하고 이것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예로 가로수를 상 상해 보자. 현재 한국의 가로수는 획일적이고 비효율적으로 심어지고 관리된다. 언제부터인가 이른 봄에 피었다가 보기 싫게 지는 벚꽃이 가 로수로 심어지더니 지금은 벚꽃으로 획일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흔하다. 가로수 벚꽃은 가지 때문에 자동차가 피해를 보는 일도 많 다. 벚꽃과 달리 나라 꽃인 무궁화는 갈수록 찾아보기 어렵다. 무궁화 는 초봄부터 가을까지 내내 꽃의 우아한 자태를 감상할 수 있다.     


가로수 관리에서 비효율적인 면은 가로수 아래 땅을 풀이 자라도로 내버려둔 채 매년 많은 인력과 비용을 들여 풀을 관리한다는 점이다. 이 는 매우 비효율적인 일이다. 키가 큰 나무 밑에 키가 작은 나무를 심어 관리하면 풀이 자라지 않으므로 따로 풀을 관리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왕굴밤나무 같은 키가 큰 나무 아래 키가 작은 배롱나무를 심는 방법이다. 이런 방법은 나무를 심은 초기에만 자생초(풀) 관리를 해준다 면, 해가 갈수록 나무들이 자라면서 풀이 자랄 틈을 주지 않아 관리비 용이 추가로 들지 않는다.   

  

자연 생태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나무로는 미루나무와 무궁화, 버 드나무가 있다. 예전에 남부지방은 미루나무로 가로수를 심었다고 하는 데 현재는 대부분 벚꽃으로 바뀌었다. 미루나무 잎은 많은 산소를 공급 하고, 미루나무 잎은 햇빛에 반사되어 빛을 산란하기 때문에 작물 성장 에도 좋고, 속성수이기 때문에 목재로도 이용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점 때문에 가로수로 많이 심었졌다고 하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금은 흔 적을 찾기가 어렵다.           

    

무궁화와 버드나무도 가로수로 심으면 해충을 몰아내고 자연환경에도 도움이 되는데, 왜 심지 않는지 궁금하다. 무궁화는 나라의 꽃으로 태극 기와 함께 애국의 표상이지만 무궁화는 일제강점기 수난을 겪은 이래, 지금까지도 나라꽃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관공서 같은 곳에 가 야 겨우 구경할 수 있을 뿐 어느 들녘에서나 볼 수 있는 꽃이 아니다. 예 전에는 버드나무 또한 흔했다고 하는데 현재는 플라타너스 같은 수종으 로 교체되어 보기 힘들다.


무궁화와 버드나무는 벼멸구, 이화명충 등 해충의 천적인 무당벌레 등 에 서식처를 제공해 준다. 옛사람들은 개울이나 논밭 주변에 무궁화와 버드나무를 많이 심어 왔다. 무궁화와 버드나무가 해충을 잡아먹는 천 적에게 좋은 서식처가 되는데 무당벌레의 유충이 바로 버드나무 잎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무당벌레가 성충이 되려면 식물만 먹는 게 아니 다. 무궁화 잎에 진딧물이 왕성하게 활동할 때, 무당벌레는 무궁화로 옮 아가서 진딧물을 포식하면서 성충으로 자란다. 그 후 땅에 있는 각종 해 충을 모조리 잡아먹는다.


무궁화, 버드나무는 이렇게 천생연분이다. 이런 문제를 조상들의 지혜 로 해결할 수 있는 데도 활용하지 못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와 달 리 중국에서는 이를 잘 활용하고 있다니 부럽기만 하다.  식물의 생태 원리와 진리를 모르고 식물을 기른다는 것은 정말 어렵 다. 또한 식물의 생태를 모른 채 방법만 알고 하는 농사는 농사가 아니다. 생태 원리와 하나가 되고,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을 때 바른 농사가 되고 그 농산물을 먹는 사람도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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