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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민희 Jul 09. 2022

흙을 죽이는 흙갈기

무경운을 해야 하는 이유 

말없이 그 자리에 묵묵히 있어 주는 작은 풀 한 포기를 향해 폭탄이 나 대포와도 같은 제초제를 쏘아 대고 있다. 또 논밭을 간다면서 무지막 지한 로터베이터에 장착된 수많은 칼날로 흙을 쳐내 죽이며 박살 내고 있다. 그렇게 되면 흙은 살기 위해 독새풀을 나게 할 것이고, 그에 맞서 또 사람은 더 강한 대포를 쏘려고 할 것이다. 흙은 이렇게 악순환이 이 어지고 있다.     


식물은 인간의 폭력과 욕심으로 제압하는 것보 다 자연에 따라 관리 하는 것이 이용하기에 훨씬 쉽 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자 연 원리만 이해해도 노동력과 시간, 비용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방재가 아니라 풀 관리를 하면 나도 좋고 자연도 좋은데도 말이다. 작은 벌레 한 마리를 관찰해봐도 자연생태계의 답은 명확하다. 살충제를 자주 살포하는 농가의 고구마밭에는 벌레가 잎을 다 먹어 버려 앙상하게 줄 기만 남아있지만, 자연을 관리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고구마밭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살충제로 모든 벌레를 잡고, 제초제만 있으면 풀이 나지 않 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음을 자연은 보여준다. 자연은 늘 있는 그대 로의 상생의 삶을 보여주지만, 욕심 많은 인간은 그보다 더 많은 것을 가 지려 한다. 결국에는 사람이 자연에 손해를 끼친 만큼 우리에게 어떠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며, 이미 손쓰기 어려운 지경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로터베이터란 기계로 땅을 깊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면 날카로운 칼날 들이 흙을 믹서기처럼 갈아버리고 그렇게 갈고 난 뒤 흙은 밑으로 무겁 게 가라앉는다. 흙 표면에 숨 쉬던 흙이 밑으로 한꺼번에 가라앉고 그 위로는 흙보다 가벼운 온갖 풀 씨앗들이 덩그렇게 올라앉는다. 그렇게되면 얼마 후 작물이 아닌 풀들이 일제히 싹을 틔우면서 땅은 우리가 먹 을 수 있는 작물이 아니고 내가 모조리 정리해야 할 풀밭으로 변해버린 다. 손으로 일일이 풀을 자르는 일은 엄두도 못 낼 만큼 무성해진다. 할 수 없이 독성이 강한 제초제를 뿌려야만 작물을 심을 수 있게 된다. 기 계화라는 편리한 도구로 일손이 가벼워지고 다수확이 보장된 것처럼 보 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처럼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일들이 벌어지 고 있다. 그렇게 무거운 기계는 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만 확인할 뿐이다.                   

     

흙을 살리기 위해서는 흙을 갈기보다는 풀 대신 작물을 자라게 하고, 풀(자생초)을 죽이더라도 그 생태에 맞게 빛만 차단하는 것으로도 쉽게 제거할 수 있다. 풀(자생초)을 마음 편하게 제거하면 땅은 피복 효과도 누릴 수 있으며, 죽은 풀 밑에는 또 다른 풀이 자라지 못한다. 그 이유 는 동족의 풀이 죽으면 풀 시체에서는 풀을 분해하는 미생물이 생긴다. 풀을 분해하는 미생물은 새로이 자라는 같은 풀을 분해하여 자라지 못 하게 유도한다. 이렇게 편안하게 죽은 풀시체는 미생물로 변하여 작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덮어줌과 동시에 땅의 유기체계를 형성하며 작물의 성장을 도와준다.  이렇게 자연 생태계를 보존하면서 영리하게 논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방법은 맥류(보리, 밀)를 수확하는 5월 하순에서 6월 중순 무렵이다. 맥류 가 살아있는 논에는 풀(자생초)가 자라지 않는다. 맥류 수확과 동시에 또는 맥류 수확하기 7~10일 전에 손 직파나 파종기를 이용해 볍씨를 파종하고 맥류 수확 때 짚을 잘게 썰어 덮어준다. 벼 또는 맥류의 짚이나 뿌리가 썩으면서 토양 미생물의 활동이 왕성해지고 이로 인해 무기질이 충분히 공급되어 순환농법이 된다. 무경운은 씨앗에서 순보다 뿌리가 먼저 나오는 정상적인 발아를 한다. 따라서 튼튼하게 자랄 수 있고, 이 렇게 자란 뿌리라야 지속적으로 충분한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다.     


또한 마른 종자를 흙 위에 파종하면 본래 식물의 마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병해충에 강함은 물론 쓰러짐을 방지할 수 있고 전체적인 면 역력이 강해진다. 밭작물 작부체계에서도 농약과 비료는 사용하지 않아 야 하고, 비닐 멀칭도 하지 말아야 한다. 마늘밭에 비닐 멀칭이 필수인 것처럼 알고 행하는 이들이 많은데 비닐은 토양 속 산소와 빛을 차단한 다. 이렇게 산소 결핍된 흙이 건강할까? 당연히 그렇지 못하다. 과연 비 닐 속에서 자란 작물이 사람 몸에 피가 되고 살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 이다. 비닐 멀칭을 하여 마늘을 심었을 때 마늘 구근은 잘 크지 못한다. 마늘은 산소가 결핍되어 산소를 더 접하기 위해 덩치만 커질 뿐 충분한 영양소를 갖지 못한다. 빛 좋은 개살구인 셈이다. 그러므로 비닐을 사용하기보다 작물의 궁합을 맞추고, 호환성이 좋은 열두 가지(6쌍) 작물 중 계절에 맞는 두 작물을 한 쌍씩 무경운으로 재배 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상추와 마늘이 쌍이 되어 자라도록 하면 자생 초(잡초) 발생을 차단하며 그와 동시에 토양에 통기성을 높여 흙도 살리 고 인체에 유익한 먹을거리도 생산된다.    


먹는 음식이 사람의 몸을 구성하므로 건강한 작물을 먹어야 건강해질 수 있다. 사람이 먹는 작물은 오직 스스로 자랄 때만이 항산화 물질 등 영양과 약성이 있는 씨를 맺으며, 진정 자연 생태 원리에 따라 자랐을 때 사람이 먹고 팔진미八珍味 오후청五候鯖을 만끽하고 몸도 마음도 건강 해진다. 음식을 두고 영양가 높다는 자랑을 하기보다는, 생산인은 면역 과 자생력을 강조한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인은 이러한 농산물을 소비해야 한다. 


작물을 심기 전에 땅을 기계로 갈지 않으면 기계를 사용하지 않으므 로 탄소배출이 없고, 토양 유실도 없으며, 흙 속에 탄소도 존재하므로 작물이 탄소를 먹고 산소를 만들어내는 순환적 기능을 한다. 우리는 이 러한 한국적 농업을 지향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탄소량을 줄이는 한국 농업을 지향하는 농부에게 탄소배출권 혜택을 주어 공업에도 공동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듦과 동시에 지속 가능한 농업이 될 수 있도록 하며 한국농업을 세계 속에 알릴 필요가 있다.     


여러 벌레가 공존하는 땅의 생태계를 되찾아 주는 길만이 인간을 보호하고, 자연도 보호하는 길이다. 청년 농부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뉴 스를 접할 때마다 잘된 일이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걱정이 앞선다. 정 작 우리의 본래 지속 가능한 농업은 점차 사라지고 대형 자본과 기계, 거기에 스마트한 기술력이 더해져서 농업이 공장화로 치닫지 않을까 우 려스럽기 때문이다. 도시 자본에 농토를 빼앗길 수도 있는 기업농 방식이 아니라 생산인 농부들이 작은 단위로 흩어져 다시 협업농으로 모이는 방식이 경제성이 높다는 사실은 나의 작은 외침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겠지만, 우리는 한 평의 작은 텃밭이 지니는 경제력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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