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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희 Sep 17. 2021

저작권을 갖기 전의 두려움

 오늘 점심 일이었다. 둘째 밥을 먹이려던 차에 오랫동안 운영하는 블로그에 댓글이 달렸다는 알람을 받았다. 무심코 올라온 댓글의 내용을 보고 마음이 쿵쾅거렸다.

"블로그에 올라온 글이 너무도 도움이 됩니다. 출판할 생각이신가요.

출판 예정이 아니라면 블로그의 내용을 인쇄해 직원들과 나눠 볼 생각입니다만 불법 유용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갑자기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내 원고가 이렇게 그저 쉽게 공유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자료가 되는 현실을 마주한 기분이 들었다.


나의 글은 지난 7년간 작업한 몇 번의 퇴고를 반복 후 탈고한 완성된 원고다. 두 곳의 출판사와 작업을 했었고 조판 작업까지 했지만 출판사와의 견해가 맞지 않아 안타깝게도 작년 겨울에 출판 작업이 중지되었다.


이후 많은 출판사를 찾아 원고를 투고하고 반복된 퇴짜를 맞게 되었고 출판이 불가능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아주 오랜동안 공들인 원고를 잃어버리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되어 독립출판 카페에 글을 올렸다. 어떤 분이 브런치라는 곳이 있다고 댓글을 남겨 주셨다.

브런치는 작가들만 글을 올릴 수 있는 곳 이어서 작가로 승인되기는 좀  어렵지만 그곳에 글을 올리면 출판사와 연계되는 일이 가능한 곳이라고 했다.


내 브런치의 시작은 다행히 수월하게 통과되었고

두 아이의 육아를 하며 작업이 다 된 원고를 꼼꼼히 올리는 일이 중요한 일상이 되었다.

15년 된 블로그에도 함께 연재를 시작했고 말이다.


그런데.....

글을 이제 스무 개쯤 올렸는데 아직 출판물이 안 된

즉 저작권의 힘이 미약한 인터넷상의 내 글을 벌써부터 자료로 쓰겠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마음이 무거웠다.

출판 직전까지 갔음에도 책의 색을 내지 못할 것 같아 계약을 해지 한 것이었는데 오랜동안 공들인 자료가 결국 도용될 위기에 처한 기분이었다.


내 이름이 새겨진 책을 세상에 제대로 내보내기 위해 노력 중이었는데 누군가 갑자기 나타나 그냥 가져가도 되는 거 냐고 물어온 듯했다.


브런치에 올린 글들은 모두 저작권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출판이 안 된 글을 누군가 도용한다면 글을 도둑맞는다면..


겁이 나서 몇 개의 글을 비공개로 잠궜다.

오늘밤은 저작권의 보호를 아직 받지 못하는 내 글이 사라질까 무섭다.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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