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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희 Jun 30. 2021

닐스야드 데어리 코벤트가든2 LONDON

랜돌프 호지슨과 닐스야드 데어리

 

매장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올 만큼 아담한 코벤트가든 점포는 지하의 치즈 저장고가 있어 엄청난 양의 치즈를 보유할 수 있는 구조였다.


마이클이 미리 연락을 해둔 터라, 닐스야드 데어리 코벤트가든의 촬영도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매장에 갔더니 직원들이 분주히 한쪽 벽에 쌓여 있던 치즈들은 물론 버터, 발효 요거트까지 전부 상자에 넣어 다른 곳으로 옮기고 있었다. 의아해하는 내게 매니저 마틴이 말했다. “실내 온도가 너무 올라가서요. 치즈를 모두 지하실로 내리는 거예요.”

그러고 보니, 35도가 넘는 더위 때문에 매장 온도가 지난 번에 왔을 때보다 높은 듯했다.

벽을 가득 채웠던 치즈들이 사라져 휑한 공간에는 뜻밖의 치즈가 하나 놓였다.


“Weight Trial Cheese, Weight Me Morning + Night(무게 실험 치즈. 아침과 밤의 내 무게를 더해주세요).”      

습도를 측정하는데 사용한 치즈는 단단한 ‘체셔(cheshire)치즈 였다. 수분이 많은 치즈는 습도 테스트용으론 적합하지 않아 이렇게 단단한 치즈를 테스트용으로 사용한다고 했다.


더위 때문에 쌓여 있던 치즈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건 이해됐지만 그 자리에 테스트 치즈를 놓아 무게를 측정한다니. 더구나 아침과 밤의 무게를 더해 어찌하는 것인지 감이 안 잡혔지만, 직원들이 하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머뭇거리고 있는데 매니저인 마틴이 다시 설명을 해주었다.


“우리에겐 습도가 중요해요. 치즈 무게를 결정하거든요. 무게가 결국은 돈이니까요. 이렇게 공기가 건조할 땐 테스트 치즈를 여기에 올려둬요. 이 치즈를 하루 동안 뒀다가 아침에 잰 무게랑 밤에 잰 무게를 더해서 기준 무게보다 10그램이 줄면 정상이지만, 30그램이 줄면 너무 건조해서 판매할 분량 외에는 전부 지하에 보관해요.”


습도는 치즈 발효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너무 건조하면 조직이 부스러지고, 너무 습하면 발효가 아닌 부패가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아는 습도와 닐스야드 데어리의 습도는 달랐다. 그들에게 습도란 발효 과정 중에 있는 치즈가 아닌 상품화된 치즈에 적용되는 것이자 매출을 움직이는 기준이었다.

런던에 도착한 지 겨우 2주째, 나에게는 영국 치즈에 대한 의문이 산더미처럼 쌓여버렸고, 스페인에서 한창 여물고 있을 올리브며 하몽, 양젖 치즈에 대한 관심은 점점 뒤로 밀려났다.  나는 여름이 끝나도 스페인으로 돌아가지  않고 영국 치즈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로 마음을 굳혔다.



랜돌프 호지슨과 닐스야드 데어리     


영국 치즈에 발을 딛기 시작한 나에게 농장만큼이나 중요한 곳이 닐스야드 데어리였다. 얼핏 보기에는 런던에 몇 곳의 점포를 가진 대형 치즈판매상으로 보이지만, 이들 상점에 쌓여 있는 치즈는 전부 매니저들이 직접 농장에 가서 맛을 보고 선택해 구입한 것이었다.

 현재의 닐스야드 데어리를 있게 한 사람은 치즈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환경에서 숙성되어 어떤 맛을 갖게 되는지 알아야 치즈를 판매할 수 있다고 생각한 랜돌프 호지슨Randolph Hodgson이었다. 원래 닐스야드 데어리는 1979년 콜라스 손더Nicolas Saunders가 창립한 것인데, 시작은 그리스 스타일의 요거트와 프레시 치즈(비숙성 치즈)를 파는 상점이었다.

당시 코벤트가든은 채소와 과일을 파는 상점이 밀집한 곳으로, 가게세가 저렴했기에 닐스야드 데어리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식품공학을 전공하고 이 상점에서 직원으로 일하던 랜돌프 호지슨은 치즈를 팔기 위해서 지식이 필요했다. 그러나 닐스야드에 치즈를 공급해주는  도매업자들은 그저 받아서 공급할 뿐이라는 단순한 답변만을 할 뿐이었다. 어느 날 호지슨은 영국 남부 데번Devon 지역에서 공급한 치즈가 여전히 온전히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이라는  사실에  놀라 데번의 농장까지 찾아갔다(제1,2차 세계대전으로 영국의 많은 치즈들은 공장화되거나 획일화되었다). 그곳에서 치즈 메이커인 힐러리Hilary를 만나 치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본 뒤 그녀의 소개로 주변의 다른 농가들까지  둘러볼 수 있었다. 치즈가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저장고의 진열 방법까지 배우고 숙성법과 보관법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호지슨은 그의 낡은 자동차가 버거울 정도로 방문했던 농장들의 치즈를 가득 싣고 런던으로 돌아와 치즈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도매업자들로부터 공급받을 때에는 알 수 없었던 ‘치즈가 매번 배송 올 때마다 맛이 달라지는 이유’와 ‘새로 들어오는 치즈들의 부족한 정보’를 농장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으로 알아낼 수 있었다.

호지슨이 치즈를 판매하는 방법은 고객과 함께 테이스팅을 하고 대화를 나눔으로써 고객의 입맛에 맞는 치즈를 찾아주는 것이었다. 이 방법은 닐스야드 데어리의 직원들에게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닐스야드 데어리는 현재 영국과 아일랜드의 치즈 농장 40여 곳과 함께 일한다. 농장을 직접 찾아가 치즈를 선택해 매입하는 전문 직원들이 따로 있는데, 바로 판매할 치즈인지, 아니면 닐스야드에서 숙성한 뒤에 판매할 치즈인지에 따라 구입하는 치즈의 숙성도 기준이 달라진다.

영국 정부는 제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많은 치즈 농가를 사라지게 했다. 고립될 수 있는 섬나라의 특성 때문에 전쟁 중에는 우유의 공급을(식량의 일환이기에) 정부에서 관리했던 것이다. 호지슨이 닐스야드에서 일을 시작한 1980년대에 여전히 손으로 치즈를 만드는 농가들을 만나게 되자  놀라워했던 이유에는 이런 시대 배경이 깔려 있다. 호지슨은 그들의 치즈를 직접 매입해 판매하며 팜하우스farmhouse 치즈(직접 키운 젖소에게서 얻은 우유로 만든 치즈)를 알리는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농가들은 랜돌프 호지슨 덕에 현재까지도 전통의 치즈를 계속 만들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2015년 랜돌프  호지슨은 BBC에서 음식과 영농에 관한 평생 공로상(The BBC food and farming awards)을 받았다.


닐스야드 상점 위치 :

코벤트가든: 17 Shorts Gardens London, WC2H 9AT(지하철역 Covent Garden)

버러마켓: 6 Park Street London, SE1 9AB(지하철역 London Bridge)  

버몬지: Unit 10 Dockley Road London, SE16 3SF(지하철역 Bermondsey)

** 모두지하철역에서 도보 10분 내외에 위치.

이슬링턴: 107 Essex Road, London, N1 2SL 버스만 이용가능  

         

Tip. 닐스야드 데어리 버러마켓에는 치즈 수업이 열리는 공간이 따로 있다. 닐스야드에 치즈를 공급하는 농장에서 치즈 메이커들이 직접 전문적인 치즈가 만들어지는 과정 혹은 치즈 숙성도에 따른 맛의 변화 등 치즈 전반에 관한 교육을 하거나 크리스마스, 부활절 등 파티 셀렉션을 위한 치즈 수업을 하기도 한다. 5~8세 아이들을 위한 수업이 따로 있을 만큼 다양한 수업이 열리는데, 닐스야드 데어리 홈페이지에서 알림 신청을 해두면 수업이 열릴 때마다 안내 메일을 발송해준다. 수강료는 수업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50파운드(약 7만 5,000원) 정도다(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수업은 15파운드로 저렴한 편이다). 수강 신청은 닐스야드 데어리 홈페이지(www.nealsyarddairy.co.uk)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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