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애
산책 중 만난 그 들꽃
해마다 봄날을 떠올리면 그때는 항상 따뜻하고 초록으로 눈부셨던 것 같지만 돌이켜보면 4월이 지나가도록 꽃샘추위와 소소리 바람으로 으스스했던 경험이 많다. 그래도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을 맞으면 항상 따뜻함과 포근함을 상상하는 것은 추위에 대한 보상에서 드는 기분 이리라. 하지만 요즘 들어서 그 흔한 봄 아지랑이를 보기도 어려워질 만큼 대기의 질은 흐리고 미세먼지로 가득하다. 그 찬란했던 봄볕을 잊어버릴까 무섭기까지 하다. 그래도 이 봄을 그냥 보낼 수 없어 평소처럼 산책길에 나선다. 길가 화단 옆으로 피어있는 들꽃을 보며 잠시 걸음을 멈추고 상념에 젖는다. ‘아, 이 꽃이 여기도 피어 있네.’ 37년 전 아버지 무덤가에 피어있던 그 들꽃이 오늘 내 눈에 들어온다. 어린 풀 가지에 흰색 별 모양의 이파리만 있는 깨보다도 더 작은 흰색 풀꽃, 그 추위 속에서, 외로운 시간을 함께 지켜내 주었을 그 풀꽃은 겨우 내내 아버지의 무덤 속에서 그와 함께 동면했겠지, 그래서 고맙고 위안이 된다. 그 풀꽃처럼 나에게 위안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